이세돌은 백38로 손을 돌려 버렸다. 여기서부터 다시 거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난투는 이 바둑이 끝날 때까지 숨가쁘게 계속되었다.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쉬지 않고 쌍방이 펀치를 휘두르는 권투시합 같다. 탐색전이고 클린치고 사이드스텝이고 그런 것 다 집어치우고 사력을 다해 휘두르는 주먹이야."(서봉수)
백38에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응수할 수는 없다. 백2 이하 8까지로 완벽하게 봉쇄하는 수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구리의 흑 41이 최강의 응수였다. 백42 역시 싸우려면 이 수밖에 없다.
"백이 좀 무거워 보이는데요."(배준희)
"다른 도리가 없잖은가."(원성진)
흑43 이하 47은 행마의 틀이다. 백48 이하 52는 옥득진5단이 생중계 사이트에서 예측한 그대로였다. 싸우려면 이 수순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흑53에 백54는 일단 이렇게 막고 볼 수밖에 없다. 안전하게 두자면 참고도2의 백1 이하 5로 연결하는 것이지만 흑7을 허용하면 우변의 흑진이 그대로 거대한 주택단지가 될 것이다. 흑55를 보자 지금까지 속기로 일관하던 이세돌이 생각에 잠겼다.
"백이 일단 코너에 몰렸어요."(원성진)
"구리의 펀치는 역시 세군."(서봉수)
"원래 정평이 높아요."(원성진)
구리의 힘은 한국의 청소년 기사들 사이에도 진작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2004년에 송태곤이 국제전 본선에서 자기 손으로 추첨하여 상대가 구리로 결정되자 탄식한 적이 있다.
"손도 아니다. 하필이면 구리를 뽑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