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 갈등으로 기업 구조조정 늦어질라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국책금융기관 간 이견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주도한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안 등에 대해 무역보험공사가 신뢰할 수 없다며 반대매수를 청구, 채권단에서 빠지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대 채권자(22%)인 무보의 으름장이 현실이 되고 보니 출자전환에 동의한 우리·농협은행 등도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채권단이 한마음으로 밀어줘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헤쳐가기 쉽지 않은 판에 국책금융기관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얼마 전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성사시키는 데 필수적인 조세감면특례법 개정을 미뤄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국회만큼이나 고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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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를 막으려면 수은과 무보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서 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만큼 재실사를 해서라도 실사 결과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문제는 수은에 대한 무보의 불신과 견해차가 크다는 데 있다. 무보는 수은이 출자전환안을 채권단에 상정하기 전 경영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구계획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어야 출자전환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수은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로 출자전환안이 가결된 만큼 무보가 일단 출자전환에 참여한 뒤 재실사나 검증을 하자는 입장이다.

두 기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출자전환이 불발되면 대손충당금만도 80% 이상 쌓아야 한다. 특히 수은의 경우 적자와 흑자를 오갈 수 있다고 한다. 수은과 무보는 기관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업의 경영정상화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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