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票노려 추진했다 정치·경제논리 사이 갈팡질팡…"신뢰성 위기"

[흔들리는 국책사업] 백지화로 방향 튼 동남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신공항이 백지화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타당성 검토없이 공약만
"경제성없다" 조사결과도
눈치보다 공개시기 놓쳐 영남권 "백지화 땐 투쟁"
지역민심은 부글부글
사회적 비용만 커질듯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경제논리에 따라 백지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오히려 정치적 논란에 더 휘말리고 있다. 여당은 내년 총선ㆍ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영남권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신공항이 백지화되면 김해공항 확장과 함께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에 분산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책사업이 정치와 경제논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공항 백지화 속사정과 문제점, 추진절차는=사실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때 제대로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당시 지역 공약을 담당했던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공약으로 채택할 때 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실수요보다는 이 지역에 무엇을 줘야 표가 나올까를 판단해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정치적 표 계산을 앞세웠다는 얘기다. 물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신공항 검토를 지시하고 영남권에서 물류비용 감축 필요성이 대두되며 공약으로 내세울 근거는 있었다. 하지만 2009년 국토연구원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후보지로 놓고 예비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각각 0.73과 0.70으로 실익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때 출구전략을 썼어야 했지만 정부는 이를 덮었다. 결국 당시에도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타이밍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화근이 됐다. 밀양을 밀고 있는 대구ㆍ경북ㆍ울산ㆍ경남과 가덕도를 원하는 부산 민심을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공항 백지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정두언 최고위원은 "정부가 2009년 신공항 연구 용역 결과 경제성이 없다고 나왔을 때 과감하게 (포기)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국토해양부 입지 평가위원회는 29일 밀양과 가덕도를 방문한 뒤 30일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여당 "총선ㆍ대선 악재, 레임덕 우려"당혹=영남권 민심이 요동치자 여당 내에서 핵심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지역 의원 9명은 28일 긴급회동을 갖고 "대통령은 백지화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를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은 "정책 신뢰성이 땅에 떨어져 총선ㆍ대선에서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이명박계도 "대통령이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이어 세 번째 신뢰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레임덕이 조기화돼 국정 난맥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신공항 백지화는 김해을 등 4ㆍ27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ㆍ대선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하면 상황이 종료되고 판이 끝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새로운 판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영남권의 민심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중진의원은 "올 초 논란이 거세질 때부터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괜한 분란만 일으켰다"고 질타했다. 야당의 공세도 커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약을 너무 자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논리'라는 원론을 되풀이하고 일부에서는 정면돌파 주장이 나온다. ◇영남 민심 '부글부글'=영남권에서 거센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마디로 개탄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시장은 "정부 평가단에서 채점도 하기 전에 각본에 따라 합격ㆍ불합격을 논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집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하는 즉시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독자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김해공항 확장론과 관련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소음으로 24시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냈다"고 일축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정부여당과 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대규모 시민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 낙선운동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공항 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측은 29일 국토부 입지평가단의 조사 참여를 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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