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50ㆍ구속기소)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를 펼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은 전 위원은 금융기관 로비를 빌미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았으며 친형을 관련업체에 취업시켜 10개월간 매달 1,000만원씩 1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17일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구명로비를 한 혐의로 은 전 위원을 구속 기소했다. 은 전 위원은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인 더잼존부천㈜ 회장이자 금융브로커인 윤여성(56ㆍ구속)씨로부터 수 차례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윤씨는 은 전 위원에게 "금감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부산저축은행을 검사하려고 한다"며 "검사 강도를 완화하고 부산저축은행이 경영정상화 이후 연착륙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이후 은 전 위원은 김종창 당시 금감원장과 두 차례 만나 "과거와 다른 엄격한 기준으로 할 경우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충격이 가고 이는 금융시장 전체에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부산저축은행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니 연착륙에 필요한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 전 위원은 이 같은 청탁의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지난해 5~10월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세 차례에 걸쳐 현금 2,000만원, 3,000만원, 2,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은 전 위원은 또 윤씨에게 부탁해 친형을 부산저축은행과 채무관계가 있는 카지노운영업체의 감사로 등재시켜 매월 1,000만원씩 10회에 걸쳐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원장을 불러 수사를 펼쳤지만 김 전 원장은 저축은행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원장이 로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위해 김 전 원장을 조만간 재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이날 삼화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신삼길(53ㆍ구속기소) 명예회장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공성진(58) 한나라당 전 의원의 여동생과 임종석(45) 민주당 전 의원의 보좌관 K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이석환 부장검사)는 이들을 상대로 신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경위와 돈의 성격 및 사용처, 돈을 받는 과정에 두 전 의원이 관여한 부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신 회장은 지난 2005~2008년 공 전 의원에게 매달 500만원씩 총 1억 8,000만여원을, 임 전 의원에게는 매달 300만원씩 1억여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삼화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금융브로커 이철수(52)씨의 자택과 개인사무실 등 5곳을 16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달 2일 잠적해 아직까지 행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씨의 신병 확보가 저축은행 로비 사건을 풀 핵심 열쇠라고 보고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금융조세조사1부와 강력부 수사관들로 구성된 특별검거반 외에 현장수사지원반 소속의 베테랑급 수사관 6명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