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권력에 의해 조작된 역사

■ 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윌리엄 위어 지음, 타임북스 펴냄<br>프랑스 혁명 촉발 바스티유 감옥… 평범한 감옥 불구 '자유 상징'으로<br>'시온 의정서' '존 딜린저의 죽음'등… 역사의 승자가 희생양 만들어내



진실을 감추고 왜곡한 것이, 어떤 의도를 가졌었느냐에 따라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라는 암묵적 허용을 얻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역사 속 권력자나 기록자의 의도와 부합해 '위대한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은 포악한 전제 군주 하에서 핍박 받던 수감자들을 구하기 위해 지하감옥 바스티유를 습격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사실' 바스티유는 18세기 여느 감옥과 비교하면 꽤 지내기 편안한 감옥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1789년 7월 14일 습격 당시 수감자는 7명뿐 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바스티유를 어둡고 축축하며 끔찍한 고문이 낭자한 최악의 감옥으로, 폭정을 휘두른 루이 16세가 숱한 억울한 시민을 가뒀던 곳으로 기억한다. 원래 바스티유는 요새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성으로, 추기경 리슐리외 재임 시기부터 루이 14세 통치기에 감옥으로 바뀌었다. 당시 수감자들의 신분을 비공개에 부쳤던 것이 신비로움을 갖게 됐다. 이 같은 비밀스러움에 끔찍하면서도 그럴싸한 거짓말이 덧붙여져 민심을 선동할 만한 상징성을 갖게 됐다. 그런데다 루이 16세의 경우 교도소 환경 개혁을 시도한 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는 말처럼 바스티유는 혁명의 승리자들을 위해 '자유의 상징'이 됐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언제나 기록자의 마음을 통해 굴절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군인 출신 언론인이 쓴 이 책은 진실과 다르게 기록된 역사, 특히 역사의 권력을 획득한 세력이나 기록자들의 의도된 조작의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왜곡과 과장이 진실을 덮어버리고 '역사적 거짓말'이 되는 데는 권력자의 허영, 집단의 음모와 프로파간다가 깊이 개입한다. 혹은 과학적 성찰이 부족한 감정적 단정, 시대적 환상, 개인의 욕망 등이 지식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도록 이끈다. 역사적 거짓말이 그럴싸한 위엄을 만들지만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엉뚱한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가령 '시온 의정서'는 러시아 비밀경찰이 황제의 무능함으로부터 국민적 관심을 돌리고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문서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죽음에 관한 FBI 보고서도 거짓이었다. 딜린저와 닮은 사람을 살해한 이 은폐된 사건은 그럴싸한 문서로 작성돼 오히려 FBI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높였다. 저자는 "역사의 승자가 권좌를 지키려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또 기록자들이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역사에 거짓이 생겨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역사적 사실의 거짓을 폭로해 바로잡으려는 노력 속에서 각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과 그들의 동기, 그리고 그 거짓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원제는 History's Greatest Lies.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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