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성공가도를 달려온 기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가입자 2,400만명, 영업이익 연간 2조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선택의 순간을 거쳐야 했다. SK텔레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도전의식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이는 미래를 향한 힘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과정은 이러한 SK텔레콤의 도전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CDMA 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1995년 12월24일.
당시 상용화 준비작업을 맡았던 한국이동통신(이후 SK텔레콤) 서정욱 사장에게 긴급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CDMA 로드 테스트 중 휴대폰이 시스템 문제로 자주 끊긴다는 것이다. 이미 일주일 후면 CDMA 상용 서비스를 해야 하는 상황.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 사장은 서비스 연기 대신 차선책으로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장 직원들에게 비상령이 발동됐다. 미국에 있던 직원들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퀄컴 직원을 찾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수정작업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996년 1월1일 오전9시1분. CDMA 1호 가입자 정모씨의 휴대폰에서 맑은 통화음이 흘러나왔다.
CDMA가 SK텔레콤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줬다면 과감한 인수합병(M&A)은 성장을 이끌어나가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은 1999년 외환위기 한파 속에서 신세기통신을 합병함으로써 이동통신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2008년에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해 유무선을 아우르는 종합통신그룹으로 부상했다.
SK텔레콤은 지금 과거와는 또 다른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으며 경쟁사인 KT는 KTF와 한몸이 되면서 이동통신 강자인 SK텔레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SK텔레콤이 다시 한번 '껍질'을 깨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SK텔레콤이 이러한 위기를 특유의 개척정신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