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구명장'서 KBO 기술위원장 변신 김인식 前감독<br>11월 아시안게임 출전선수 구성등<br> '후방 지원대장'으로 또 한번 도전<br>"병역혜택 못받은 선수들 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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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독' 김인식(63ㆍ사진)에게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굴레인 모양이다.
지난해 성적 부진을 이유로 5년 동안 몸담았던 한화 감독직에서 물러난 그는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 선수를 선발하고 조범현 야구대표팀 감독을 돕는 게 주 임무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전사령관으로 '위대한 도전'을 이끌었던 그는 올해 후방 지원대장 신분으로 한국 야구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나선다.
◇도전과 의리를 중시하는 야구 명장=지난 14일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위원장에게 "감독직에서 떠나니 시간 여유가 생기셨냐"고 물으니 특유의 느릿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서적으로는 편하지. 근데 요즘도 바빠. 야구 하느라고 못 만난 사람들 만나러 다니니 쉴 시간이 있나." 그래도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한쪽 다리가 불편한 그는 요즘 매일 4시간씩 걸으며 후유증을 거의 극복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기술위원장은 어찌 맡게 됐냐'고 물으니 "하기 불편했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감독만큼은 아니어도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는 자리"라면서 "또 후배가 하던 자리라서 승낙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KBO는 지난해 WBC가 끝난 뒤 KIA감독 출신의 유남호씨를 기술위원장으로 새로 임명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WBC에서 병역 혜택을 받을 줄 알았는데 못 받은 선수들도 있고 (한국이) 좋은 성적 내는데 도와줘야지"라고 설명했다. 도전과 의리를 강조하는 김인식다운 말이었다.
◇무조건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지난해 한국 야구를 세계 2위에 올려 놓은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단연 화제였다.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인고의 리더십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믿음의 지도자'라는 칭호가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물으니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믿을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지. 상황이나 선수에 따라 다른 거 아니겠어." 그는 오히려 좋은 리더란 강약을 잘 맞추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칭찬해야 할 때가 있고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중요한 때가 있어." 그는 지난해 WBC 1차전에서 일본에 2대14로 콜드패를 당했을 때 선수들을 칭찬했다. "2점이나 10점이나 지는 것은 똑같은 거야. 나쁘지 않았어." 반면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 도중 한화의 간판투수 류현진이 번번히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지자 강한 질책을 했다.
"투수가 바보다. 그렇게 해서 대성하겠어." 대응법이 다른 것은 WBC땐 선수들이 모두 부끄러워하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한화에서는 류현진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신상태가 해이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약의 조화와 더불어 팀의 화합도 강조한다. 그의 신조는 '윗사람이 불도저처럼 모든 일을 밀고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어느 조직이든 능률이 오른다"고 말한다. 김태균ㆍ이범호가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여겨 일본 진출 전에 조언을 구하고 박찬호가 귀국할 때면 그와 늘 식사를 함께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는 이기고 싶다=그는 지난해 일본에 패한 빚을 올해는 갚으려고 한다. '야구 대표팀 선수를 뽑는 데 최우선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일본 얘기부터 꺼냈다.
"일본이 올해는 최고 전력을 내보낸다니 우리도 그래야 되지 않겠어. 현재 최고 실력을 내는 선수로 꾸려야지." 일본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사회인야구팀을 대표팀으로 내보냈으나 올해는 프로선수로 팀을 꾸릴 예정이다.
그는 "올해 선수들 하는 거 보고 (대표팀으로) 선발하려면 야구장에 부지런히 다녀야지"라며 이번 시즌도 야구장에 출근 도장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 이길 수 있겠죠'라고 물으니 "몰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라는 거센 고함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