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 긴급 금융점검회의
그리스의 연립 정부 구성 실패로 유럽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엘피다에 반도체 대량주문을 했다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자 정부는 17일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관련기사 2ㆍ17면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8.43포인트(3.08%) 떨어진 1,840.5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외국인은 어제 1,700억원을 순매도 한데 이어 이날에도 5,00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는 6일새 1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특히 전날 애플이 엘피다에 모바일 D램을 대량 주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ㆍ전자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전기전자업종지수는 6.27% 하락하며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6.18%(8만 1,000원) 급락한 123만원에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8.89% 하락하는 등 이날 반도체 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면서 환율도 크게 출렁거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0.95%)오른 1,164원에 마감해 올 들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리스가 연립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자 외국인의 투심이 급격히 위축돼 국내 증시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악재가 단기간에 진정될 사안이 아닌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그리스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프랑스와 독일이 재정위기 해법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유로존 위기가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이탈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속화한다면 지수가 1,800 초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며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가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경제금융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럽 재정위기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