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인도 정부가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을 상대로 진행해왔던 26억달러 규모의 세금 관련 협상을 일방적으로 백지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인도 정부가 법정 다툼 대신 대화를 통해 풀겠다고 하면서 해결될 기미가 보였던 양측 간 세금전쟁이 다시금 안갯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이 세금분쟁은 지난 2007년 홍콩의 재벌그룹인 허치슨왐포아가 보유했던 인도 통신회사의 지분을 보다폰이 인수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22억달러의 소득세를 부과했던 인도 정부를 상대로 보다폰은 소송을 진행해 지난해 초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세법개정을 통해 소급 과세를 시도하는 등 보다폰을 향한 인도 정부의 의지는 집요하다.
글로벌 휴대폰 회사 노키아도 세금 문제로 인도 당국과 씨름 중이다. 노키아는 인도 과세당국과 벌이고 있는 11억달러 규모의 세금분쟁과 관련해 이날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인도 당국은 지난해 초 노키아의 인도 내 자회사가 적법한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며 은행 계좌 등 자국 내 노키아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로의 매각이 결정된 노키아는 자신의 인도 자산을 MS로 이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비롯해 글로벌 석유회사 쉘, 정보기술(IT) 업체 IBM 등도 관련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등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에 세금분쟁은 악몽 같은 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면서 집권 여당의 외국계 기업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금융불안이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각종 복지 과잉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킨 바 있다. 옥서스인베스트먼트의 수르지 바알라 헤드는 "이처럼 선거가 가까워진 이때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행위에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