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9일] '건설업계 비명' 엄살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일 경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우울한 색깔로 덧칠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업 전반에 걸쳐 쏟아져나오는 비명이 어느덧 낯설지 않을 정도다. 국내 경제와 경기는 힘겨운 모습이 역력하고 미분양 급증으로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일부 건설업체들의 연이은 부도소식은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만 같아 두렵기 그지없다. 올 상반기 동안 일반 건설업체의 부도는 모두 57개사로 지난 5월 들어 조금 주춤하던 것이 6월에는 전년동월대비 50%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 건설업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총 123개사로 지난해 77개사였던 것과 비교할 때 약 60% 증가했다. 건설업체의 부도는 건설공사의 특성상 전문 건설업체와 협력업체를 비롯해 건설 기능인력의 생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지역경제의 치명적인 위축을 초래하는 등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해당 업체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또 이러한 부도 등 건설업계의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이미 2007년 말부터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는 미분양 실태는 공식 통계만도 13만가구를 넘어서고 있으며 고유가 행진 및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까지 겹쳐 그야말로 주택건설업체는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동안 바라만 보던 정책당국이 나섰겠는가. 하지만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지방 미분양 대책도 아직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미분양 신고가 전제돼야 하는데 자칫 신고로 인해 미분양이 많은 업체로 소문나 분양시장에서나 금융기관에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될까 봐 대부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주택건설업체의 탄식과 비명이 결코 과장되거나 엄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주택 건설업계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시장의 경우 분양가가 꽤 높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는데도 신규 분양이 이어지던 것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하지만 주택건설시장의 메커니즘을 조금 이해하고 들여다보면 주택건설업계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고분양가 논란이 적지 않지만 실제 분양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토지가격이 참여정부 시절 국토균형개발 붐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업계획의 수립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분양가상한제로 사업성 악화가 뻔히 보이는데 주택건설업체더러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주택시장동향을 봐가면서 분양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어쩌면 ‘섶을 짊어지고 불에 뛰어들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과 고유가로 인한 파동은 가뜩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를 더욱 압박하는 꼴이니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다지 현명해보이지 않는다.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고용효과 등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건설산업계의 위기상황을 정책당국이 그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몇 개의 건설업체를 가엾게 여겨 구해보자는 얄팍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건설산업을 포기하게 될 경우 국민의 주거공간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축적해놓았던 노하우나 기술력 등도 함께 사장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낸다면 국내 건설산업에도 도약과 선진화를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없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분야의 해외수출 실적 이면에는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기술력 제고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큰 댐도 균열이 시작될 때 신속하고 적절하게 보수한다면 붕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친다면 그때는 손쓸 수 없게 된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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