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길 원하는 한국 대통령이라면 평양으로 가는 것보다 더한 일도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전례다. 그는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노벨 평화상을 거머쥐었다.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 차례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그는 이달 28~30일 북한을 방문한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그에게 당의 위치를 역전시킬 일말의 자극이 절실하다.
하지만 치국책과 대선 여론몰이는 궤가 다르다는 것을 상기했을 때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년 전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대가로 수백만달러를 챙겼다는 의혹이 있은 후 60년 만의 남북회담에 대한 활기찬 열의와 기대는 사라져버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주는 보상의 근거는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준다는 사실이 아니라 회담의 결과여야 한다. 그 이유는 회담이 열리는 지금이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하던 영변시설을 바로 얼마 전 폐쇄했다. 유엔 사찰단이 북한의 핵시설을 폐쇄하기 까지는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6자회담 관계국들의 지속적인 압력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 핵무기가 완전히 폐기된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의 노력이 무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회담으로 김정일과 북한의 압력을 덜어주는 우를 범해선 절대 안된다.
노 대통령이 이것만 명심한다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 북한을 핵 개발에서 확실히 손 떼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과 북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한껏 기대를 걸 수 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몇 개월뿐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당은 북한에 대해 훨씬 덜 우호적이다.
노 대통령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은 멀고도 험한 길 앞에 서 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것이다. 한번의 정상회담으로는 부족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