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살처분 동영상 유감

그 어느 해보다도 매섭게 춥던 겨울이 지나가고 세상은 따스한 봄볕으로 채워져 간다. 만물이 태동하는 시기요, 농민들이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느라 바빠야 할 이때에 우리 축산 농민들은 사상최악의 구제역으로 밤낮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지만 구제역은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고, 축산농가의 생업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최근 구제역으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축산 농가들의 찢어진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며칠 전 뉴스와 인터넷에 돼지들이 살처분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담긴 충격적인 동영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재앙, 핏물, 악취 진동" 같은 자극적인 말과 영상이, 가축이 매몰되는 모습을 담은 혐오스러운 사진 및 영상이 여과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생생하게 보도돼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더욱이 일단 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급격한 소비 기피 심리가 퍼질 뿐만 아니라 안전한 우리 축산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들을 직접 묻을 수밖에 없었던 괴로움에 고통받고 밤새 잠 못 이룬 양돈 농민이 한 둘이 아니다. 가족처럼 돌보았던 돼지와 갓 태어난 새끼 돼지를 함께 묻어야만 하는 기억이 부모와 자식을 잃은 아픔처럼 우리 양돈 농가들의 마음에 고통으로 남아 8천여 양돈 농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다. 부실 매몰과 침출수로 인한 환경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지만 여과 없는 살처분 매몰 동영상 장면 공개 확산은 농민들에게는 이러한 고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재기와 재건이 급선무인 대한민국 축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 뿐이다.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최고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우리 양돈인은 요즘 모든 희망을 잃어간다. 국민에게 여러모로 불편함을 끼친 죄송함과 무참히 땅 속에 묻어버린 돼지들에 대한 참담함으로 괴로워하던 차에 자극적이고 참혹한 구제역 살처분 보도로 최소한의 재기 의지마저 꺾인다. 언론에서는 가축 매몰에 따른 자극적인 표현과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또한 정부는 우리 축산물의 안전성을 위한 축산 선진화의 비전과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우리 축산업의 사수 의지를 밝혀주시기 바란다. 물론 나를 포함한 8천여 양돈 농가들은 친환경 축산업의 조성으로 더욱 안전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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