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지난 1991년 법 제정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가족관계 가사소송 등을 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부모의 학대나 폭행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성년이 되지 않아 소송을 낼 수 없었던 미성년 자녀는 부모를 상대로 직접 친권상실이나 친권정지 청구를 법원에 낼 수 있게 된다. 입양된 미성년 자녀는 파양 청구도 할 수 있다.
또 소송을 도와 줄 어른을 찾지 못한 미성년 자녀에게는 법원이 법률상담 전문가인 보조인을 연결해 도움을 받도록 하는 '절차 보조인' 제도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모든 가사사건에서 미성년자의 복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재판을 할 경우 법원이 의무적으로 미성년자의 진술을 듣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혼 사건에서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양육자를 지정할 때는 반드시 자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 동안 13세 미만 자녀일 경우 법원은 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친권자와 양육자를 지정할 수 있었다.
미성년 자녀 관련 사건의 관할을 미성년 자녀의 거주지 가정법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주거지를 옮겼을 경우 과거에는 서울에 있는 가정법원에만 소송을 낼 수 있었지만, 부산가정법원에도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혼부모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된다. 이혼부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법원에서 정한 양육비 지급 시한을 30일 이상 어기면 법원으로부터 감치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혼 소송 중에 법원이 양육비 지급을 명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존 과태료 처분 외에 직접 지급과 다보제공 명령,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사사건을 담당하는 자에게 당사자 등의 사생활 보호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가사사건 당사자의 사생활 보호도 한층 강화했다.
이와 함께 혼인관계 사건 관할 제도도 개선했다. 개정 전에는 배우자가 입국 후 소재 파악이 안되거나 아예 입국조차 하지 않은 국제결혼 사기 피해자가 제주도에 거주하는 경우 피해자는 이혼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만 제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제주지방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이혼 부모가 면접교섭권에 의해 아이를 만나는 문제를 두고 다툴 경우 법원이 개입해 갈등을 풀 수 있도록 하는 '면접교섭보조인 제도' 도 만들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사재판에서 소외됐던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더욱 증진되고, 국민들은 가사사건절차를 이용함에 있어 편익이 증대돼 선진화된 후견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