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

'재스민 혁명'에서 시작돼 중동의 민주화 불길이 번져나가면서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의 반기문 총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반 총장은 이집트ㆍ리비아 등 중동사태에 대해 국민들의 민주주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달 초 이집트 사태가 격렬해지자 이집트 국민의 거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하고 빠를수록 좋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 미국이 중동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전긍긍할 때 나온 반 총장의 발언은 중국ㆍ러시아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국제여론을 돌려세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비아 사태에서도 그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유엔안보리가 전례 없이 신속하게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박했다. 이와 관련 반 총장이 '조용한 외교'를 버리고, 적극적이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뉴욕 소재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말을 빌어 "반 총장의 행보가 한층 대담하고 명확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언론이 반 총장의 리더십에 대해 이따금씩 불만을 제기해왔던 터라 이러한 시각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언론들의 지적처럼 반 총장의 스타일이 바뀐 것일까.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유엔관계자들은 반 총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안이 중동 문제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전하다. 반 총장은 코트디부아르ㆍ스리랑카ㆍ미얀마 등의 문제에서도 인권과 민주화라는 보편적인 가치에 기초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목소리를 내야 할 때와 조용히 무대 뒤편에서 처리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현안을 다뤄왔다는 설명이다. 반 총장은 5년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관심사안인 연임 문제도 풀리고 있다.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5개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은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데, 러시아와 더불어 변수로 꼽혔던 중국이 최근 반 총장의 연임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반 총장의 리더십이 국제사회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빛을 계속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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