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패러다임 바뀐 수학여행… 경기관광고 동행해보니

산업현장 체험하고 이순신 충효사상 배우고… "안전은 기본이죠"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벡스코 관계자의 안내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벡스코는 모터쇼와 게임, 해양산업을 강점으로 가진 동남권 최대의 전시장이다.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부산 롯데호텔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식당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저녁 이벤트로 열린 ''도전골든벨'' 행사에서 정답을 적은 판을 들어올리고 있다.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누리마루의 APEC 정상회담 장소를 관람하고 있다.


부산아쿠아리움·벡스코·호텔 등 졸업 후에 취업할 기업 둘러보고

통영 충렬사 방문·거북선도 승선… '산업+인문학' 테마로 색다른 경험


안전진행요원 10여명 함께 여행길… 학생 위치 등 실시간 부모에 전달


세월호 참사로 수개월간 중단됐던 수학여행이 최근 재개됐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고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20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희생됐다. 물론 수학여행 자체의 문제로 사고가 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정황으로 보면 누적된 모순으로 세월호 사고는 언젠가는 일어날 참사였고 하필이면 무고한 고등학생이 희생된 것이다. 어쨌든 '수학여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모든 학교의 수학여행이 올스톱했다. 다만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없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여행업계에도 타격이다. 최근 수학여행 재개는 여행업계의 요구가 컸다. 세월호 사고는 수학여행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시켰다.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현행 제도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교육계와 관광업계에서 새로운 수학여행 코스를 개발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젊은 날의 낭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제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수학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발전시킬까가 과제다. 정부는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며 '주제별 현장체험학습'으로 명칭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산업과 인문학을 결합한 테마여행=경기도 여주에 있는 경기관광고등학교 2학년 120명의 학생들이 지난 15~17일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과 경남 통영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서는 부산아쿠아리움과 롯데호텔·면세점, 벡스코,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낙동강하구 에코(ECO)센터를 둘러봤고 통영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를 방문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학생 120명은 일반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체 수학여행 학교의 인원은 300~400명이 된다. 경기관광고의 경우 특성화고교로 원래가 4학급이다. 그나마 단출한 수학여행이 가능한 셈이다.

이번 수학여행이 여타의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은 기존 관광지 위주에서 탈피해 산업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골랐다는 점이다. 관광고인 것을 감안하면 산업현장이라는 것은 관광산업현장이다. 롯데호텔이나 면세점·벡스코는 이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누리마루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해운대 동백섬에 세운 것이다. 한국 관광과 문화를 소개하는 최전선이다.

이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에 더욱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었다. 동남권 최대의 전시장인 벡스코 관계자는 "벡스코는 한국 전시·컨벤션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이라며 "학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학여행다운 관광지도 빠질 수 없다. 영화 '명량'의 흥행을 반영해서 경남 통영을 방문했다. 한산대첩 현장이자 수군 총사령관으로서 근무한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밀집한 곳이다. '충렬사' '삼도수군통제영'과 함께 한산도 앞바다가 보이는 '이순신 공원' 답사 및 '거북선 승선' 등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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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학여행에서는 안전 문제가 핵심이었다. 안전요원들이 10여명 동행했다. 이날의 행사를 지원한 한국관광공사는 안전(Safety)과 관광(Travel)이 결합된 'Safe+T'라는 안전관광 브랜드를 개발했다. 이번 여행기간 중 'Safe+T' 배지를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특히 119 은퇴 소방대원 2명과 함께 대한적십자사의 안전교육을 수료한 안전진행요원을 학생 20명당 1명씩 배치했다.

또한 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의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전에 소방안전 대피훈련, 심폐소생술 훈련 등을 실시했다. 수학여행 기간 중 학생들과 담임 교사 간 상호 위치 확인을 자동 확인하기 위한 '앱 (Famy)'이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SNS Care Service' 개념으로 학교 SNS(페이스북)을 통해 장소이동, 식단 및 진행 이벤트 등이 실시간으로 학부모에게 전달됐다.

야간 오락이 빠질 수는 없다. 첫날에는 '도전 골든벨'을 통해 최후의 1인을 뽑았다. 이튿 날은 학생들의 장기자랑이 포함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소규모·체험형, 새로운 모델이 필요=수백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기존 수학여행 방식에 대해 그동안에도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들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고 또 관리상 사고위험도 높았다. 하지만 관행상 이뤄져 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이런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육청은 반년 만에 수학여행 재개를 허용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을 붙였다. 우선 한 번에 움직이는 인원이 100명 미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6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한국관광공사·지방자치단체(부산시)·교육청(부산)·학교(경기관광고등학교)·여행사 관계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불거진 것은 비용 문제다. 단체인원수를 줄일 경우 비용이 올라간다. 그리고 안전요원을 추가하는 것도 비용이다. 결국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학년 가운데 일부만 움직일 경우 전체적으로 학과진도를 맞추는 문제도 발생한다. 수학여행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 천편일률에서 벗어난 '수학여행'다운 프로그램도 새로 구성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용욱 경기관광고 교장은 "체험학습이 어떤 규모로 어떤 비용으로 어떤 안정성을 갖고 다녀올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학교 자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수업진도를 맞추기 위해 한 학년이 한꺼번에 움직이되 몇 개의 팀을 이뤄 개별적으로 움직이자는 제안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체계적인 안전대책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학여행 비용에 대해서는 학교와 여행업계 모두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결국 정부에서 지원을 늘려달라는 제안을 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은학 미래교육여행 대표는 "지금껏 수학여행은 500명을 기본으로 생각했었다"고 인정하고 나서 "소규모·테마형에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꾸리고 이에 대한 비용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이번 경기관광고의 경우 관광공사에서 일부 보조를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모범적인 수학여행이 가능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당장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다 수준 높은 수학여행을 위해서는 경비 증가가 불가피한데 이를 관계자들이 잘 안배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산=글·사진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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