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 소자 속도를 2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휴대폰이나 항법(GPS), 위성방송(DMB) 등 고속 소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텍 물리학과 염한웅(사진) 교수팀은 금속 단원자막과 실리콘의 계면을 활용해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 소자 속도를 수십 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반도체 소자의 속도는 전기신호를 운반하는 전자의 유효질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유효질량이 적을수록 전하가 빨리 움직여 소자의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각 물질의 고유한 성질로 전자의 유효질량을 제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속 소자의 경우 실리콘보다 전자 유효질량이 훨씬 적은 화합물 반도체가 이용돼왔다. 그러나 화합물 반도체 고속 소자는 가격이 비싼데다 공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화합물 반도체 고속 소자 원천기술이 없어 비싼 값을 치르고 일본 등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염 교수팀은 단원자막 두께인 0.3나노미터(㎚ㆍ10억분의1미터)의 매우 얇은 납(Pb)을 실리콘과 접합하면 금속의 전자와 실리콘 계면의 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실리콘 전자의 유효질량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금속+실리콘' 소자의 유효질량은 기존 실리콘 소자에 비해 20분의1가량 가볍고 따라서 전하 이동량(속도)이 20배 빠르다. 염 교수는 "최근 그래핀(grapheme)이라는 초고속 반도체 소자가 발견돼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기존 반도체 산업에 접목하려면 생산 공정 시설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초고속 실리콘 소자는 기존 소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올해 안에 특허를 출원, 등록하고 기업들과 상용화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