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서브프라임 쇼크와 美 경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가 마침내 한국에까지 이르렀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폭등하고 은행들은 자금난과 달러 부족 현상에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채 조기매입으로 우선 1조5,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으나 금융계와 정부는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10년 전인 지난 1997년 7월 초 태국에서 시작됐던 아세아 금융위기가 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홍콩 등을 거쳐 4개월 만인 11월 초 소위 ‘IMF 위기’로 한국을 강타했던 것처럼 올 8월 초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쇼크’는 그동안 영국과 독일ㆍ스위스 등 유럽을 거쳐 역시 4개월 만에 한국 금융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과연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을 위시한 세계 경제에 얼마만큼, 또 어떠한 종류의 영향을 줄 것인가는 지금 한국과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바른 해답을 구하자면 우리는 먼저 이번 국제금융위기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국제고정환율제도의 붕괴 이후 지난 35년간 세계 경제는 최소한 7차례의 국제금융위기를 경험했다. 과거의 국제금융위기들은 모두 후진국에서 시작됐고 그 여파도 주로 후진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서브프라임 쇼크’로 야기된 국제금융위기는 처음으로 선진국인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번져간 뒤 그 여파가 한국과 일본 등 아세아 국가들로 퍼져오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최첨단 금융센터를 강타하고 있어 과거 금융위기 해결에 주도권을 잡았던 국제금융기구가 사태 진전의 불구경꾼으로 전락한 것도 다른 점이다. 또 지금까지 후진국형 국제금융위기의 근원적 원인은 과도한 외채, 비현실적인 환율 정책, 무책임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등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의 실책 때문이었으나 이번 금융위기는 선진국들의 정부 실책이라기보다는 월가를 위시한 서방 선진 금융기관들의 최첨단 금융기법을 통한 무리한 이익 극대화 전략 때문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쇼크’는 전통적인 장기 주택담보부대출에서 나오는 금리에만 만족하지 않은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택유동화증권(MBS)으로 1차 채권화한 뒤 이를 다시 제 2단계 채권(부채담보부증권ㆍCDO)으로 둔갑시키면서 부실을 키웠다. 때마침 선진국들의 주택 붐으로 주택담보부대출이 급증했고 저금리 정책으로 장기 이자도 터무니없이 낮아 주택 재융자 붐까지 일어나 월가의 채권화를 부채질했다. 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미국의 주택금융시장, 주택 재융자시장, 채권화 시장에 편승해 소위 ‘묻지마 대출’까지 기승을 부려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들까지 MBS와 CDO의 원료로 쓰여지기 시작하니 자연히 이들의 이자율이 기존 채권 상품들보다 월등히 높아 전세계 금융기관들과 투자자들의 구미를 돋우고 말았다. 더구나 월가의 큰손들은 최첨단 금융기법을 사용해 교묘하게 ‘묻지마 대출’로 생긴 불량 주택담보부대출을 원료로 쓰면서도 완성품인 MBS와 CDO들이 AAA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요술을 쓸 수 있었다. 그러니 전세계의 투자가들은 이처럼 고급 신용등급에다 턱없이 높은 서브프라임 채권들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주택 버블의 붕괴로 법원경매에 넘어가는 집들이 급등하자 무디스 등 미국 신용회사들이 MBS와 CDO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고 월가를 위시한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자기들이 소유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가격폭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국제금융위기는 그 당시에는 당장 천지가 요동치는 것같이 느낄 때도 있으나 이번에도 한 차례 소란을 부리다가 다시 역사 속의 기억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이번 쇼크는 결국 월가의 금융위기이지 미국 전체의 실물경제 (Main Street)에는 그렇게 큰 상처나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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