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6일] 100만 vs 1

“서민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와 닿는지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정병국 한나라당 ‘서민 행복’ 한나라 추진본부장은 5일 연말까지 서민 100만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5일 밝혔다. 당내 초선 국회의원과 당직자 250명이 일주일에 5,000명씩 20주 동안 만난다는 계획이다. 정 본부장이 이날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서민’과 ‘소통’이었다. 안타깝게도 서민들은 지금 정치인과 소통할 한가한 여유는 없는 듯하다. 지난 7월1일 이후 해직과 해고의 날짜가 다가오면서 비정규직자들과 중소기업 대표들은 국회 안의 논의를 기다리느라 혹은 제가끔 임시변통 대책을 세우느라 초조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날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여야 원내대표는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비정규직 해고 시한인 7월1일에서 멀어질수록 여야의 입장차는 그만큼 벌어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이해 갈등 조정에 실패하면서 문제는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이미 해고당한 근로자들은 법 개정을 한다 해도 법률상 소급 적용이 안돼 구제받지 못한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1,185억은 ‘비정규직 법안을 개정 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에 걸린 ‘그림의 떡’이다. 또 13만여명의 비정규직 ‘해고 대란’을 앞둔 공공기관은 정치권의 해고 유예 요청에도 법률을 지켜야 한다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국회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먼저 풀라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옳다. 현장에 나가 정부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도 의미 있다. 하지만 서민은 더 급한 일을 해결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당장 100만명을 만나기로 한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야당 의원과 관계자들을 한명씩 붙잡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야당을 설득할 것을 요청해 보자. 지금은 100만명을 만나기보다 한명 한명을 설득하는 일이 더욱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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