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모두 전년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백화점들은 사상 최장 기간인 총 38일간의 세일에 돌입했지만 결과는 아직까지 신통치 않다. 체감경기의 바로미터인 주류시장에서도 값싼 소주 판매는 늘었지만 양주와 맥주를 찾는 소비자는 줄고 있다.
최근에는 내수소비의 버팀목이었던 부유층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 두 자릿수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올 상반기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자동차시장에서도 경차 판매는 늘고 있는 반면 대형차 판매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샐러리맨들의 삶도 점차 팍팍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같이 위기의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출근 시간은 빨라진 반면 직장 내 회식은 간단히 1차만 하고 일찍 귀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유급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대신 출장은 최소화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극심한 경기불황을 틈타 우리 사회의 갈등이 확산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오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분위기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4위였으며 이로 인한 비용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7%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적 갈등에 대한 근본적 치유 없이는 성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것과 갈등을 봉합해 한 단계 도약의 발판을 만드는 것. 지금 정치권이 선택해야 할 답안은 너무도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