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지난달 30일 IP TV 시범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포한데 맞서 정보통신부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통신과 방송 융합을 둘러싼 주도권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IP TV란 인터넷 프로토콜과 ADSL 등 광대역가입자망에 기반을 둔 주문형비디오서비스를 말하며 정보통신부에서는 iCOD란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IP TV가 사업 성격상 콘텐츠와 네트워크 양쪽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의 긴밀한 결합이 요구되지만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의 조정이 늦어져 지루한 영역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방송위는 기술적 검증을 정통부가 하더라도 방송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심의ㆍ규제의 연장선상에서 진흥을 위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통부는 이미 지상파 3사가 광대역통합망(BcN) 컨소시엄과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제공하기로 협약을 맺는 등 사업추진이 성숙단계에 다다른 만큼 뒤늦게 새로운 시범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중복투자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이 이미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마저 올해 본격적인 IP TV시대를 열겠다는 마당에 무한정 영역다툼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일찍부터 IP TV 실험을 시도해 왔으면서도 아직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은 멀티캐스트를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운 매체가 나타날 때마다 교통정리에 늑장을 부린다면 사업 추진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방송위가 DMB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시간을 끌어 경쟁력을 잃은 데서 잘 나타난다.
정부는 이미 융합서비스 가운데 DMB 등을 방송으로 규정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비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보는 BcN의 일종인 iCOD를 뒤늦게 방송으로 취급해 논란만 계속된다면 BcN 구축으로 통신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당초 목표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조속한 단안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