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경기 '나홀로 회복세'] 슈퍼달러 최소 2년 지속… 디커플링 심화시켜 글로벌경제엔 독

미 제조업 PMI 14분기만에 최고·고용도 호조

유로존 PMI는 14개월래 최저… 트리플딥 가중

强달러가 원자재값 하락 부추겨 신흥국 비명

미 양적완화 중단·금리 인상땐 대혼란 우려도



주요국 경제의 디커플링(비동조화) 심화로 '슈퍼 달러'가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회복세에 따른 이러한 '슈퍼 달러'의 귀환은 국제 원자재 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트리플 딥(삼중 경기침체) 위기를 가중시키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중단에 이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3대 지수가 모두 1.5%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쏟아진 각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홍콩 민주화 시위 장기화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시리아 등 지정학적 사태,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 첫 발생 등 악재가 한꺼번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9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의 59.0과 시장 예상치인 58.5를 밑도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미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 제조업 PMI의 경우 7~9월 분기 기준으로는 52.7로 2011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ISM의 브래들리 홀컴 제조업 분석 책임자는 "미 제조업의 상승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둔화와 지정학적 불안의 여파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 제조업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지난달 민간 신규 고용자 수는 21만3,000명으로 시장 전망치인 20만명을 상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도 22만명으로 8월의 14만2,000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년간 2.2%에 그쳤지만 올 3·4분기에는 3.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유로존·중국·일본 등은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51.1로 8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3·4분기 제조업 및 대기업 단칸지수는 13으로 예상치인 10을 웃돌았지만 "경기회복 신호가 아니라 하강이 멈춘 수준"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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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로존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킷이 발표한 9월 제조업 PMI 확정치는 50.3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신규주문지수는 49.3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돌면서 올 4·4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3%에 그치며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미국 경제만 회복세가 완연하고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마저 불거지면서 추가적인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 전략 수석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달러화 가치가 5% 더 뛰고 달러 강세가 최소 2년간은 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 가치는 이미 유로화와 엔화 대비 각각 2년,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슈퍼 달러'가 글로벌 경제에는 '독'이라는 점이다. 우선 달러 강세는 중국 수요 감소와 맞물려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 최근 20개 상품 가격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상 원자재 가격 하락은 물가 하락을 불러와 실질소득이나 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 여파로 약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대다수 국가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을 제외하면 수출 증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유로존 디플레이션 위기만 키우고 있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 조치 시사로 유로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유로화 기준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올 4월 이후 10% 이상 추락했다. 유로화보다 원자재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 수출 촉진 등을 위한 ECB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물가는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협공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호주·뉴질랜드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선진국도 성장률 둔화 추세가 완연하다. 달러화 강세는 미 경제에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내수 증가라는 긍정적인 요인이 더 크지만 수출 둔화 징후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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