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달라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과 관련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레이스완(예측 가능하지만 해결책 없는 상황)'론을 펼쳤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올해는 세계경제에 더 밝고 미래지향적인 과제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발언들이다.
정부와 기업이 경기판단을 서로 달리할 수도 있다. 호황에도 "장사 잘된다"고 말하는 상인이 없듯이 기업인들의 경기나 사업전망에는 엄살이 끼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정부로서는 의도적으로 긍정론을 펼 때가 적지 않다. 시장에서도 '구두개입'이 먹히는 정부일수록 정책신뢰도가 높다.
문제는 정부의 판단이나 전망이 실제보다 앞서 나갔을 경우다. 경기가 나아졌다고 보수적인 경제ㆍ환율정책을 운용한다면 피해는 결국 우리 국민과 기업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환율전쟁과 보호무역 심화로 수출부진에 허덕이는 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경기판단보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정책과제에 충실해야 할 때다. 금리인하와 과도한 규제완화 같은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정부에서 주장하는 경기회복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정부는 경기진단을 좀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공허한 긍정론은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양치기 소년처럼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