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지순례 참사 책임 놓고 이란-사우디 정면충돌

2,000명 가까이 사상자가 난 이슬람 성지 메카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히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도 예외 없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성지순례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사고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비극은 사우디 정부가 경험 있는 병력을 예멘 반군과 전투에 투입한 결과”라며 7개월째 접어든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도 엮었다. 이란 출신 사망자는 136명으로 현재(27일 오전 기준) 전체 사망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란 언론은 이번 참사의 사망자 수가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의 3배에 가까운 2천명이 넘는다면서 사상자 규모 축소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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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이란이 이번 사고를 유엔 총회에서까지 거론하자 침묵을 깨고 이란에 화살을 돌렸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6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번 사고는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란 지도자들이 더 세심하고 사려 깊게 사우디 당국의 조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우디 왕실이 소유한 범중동권 아랍어 일간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역시 27일 익명의 이란 관리를 인용, “이란 성지순례객 300명이 대기신호를 무시하고 군중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은 수시간 뒤에 출발하도록 예정됐었다”며 “이들 이란 성지순례 일행이 지침을 어기고 예정된 방향을 거슬러 가다 멈추자 채 20m도 되지 않는 도로에서 다른 순례객과 엉키면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보도를 전달했다. 사우디 당국은 현장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으로 이란 성지순례객들이 지침을 어기고 무리하게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는지 조사 중이다.


전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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