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그리스 신화와 코리아 신화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그리스 문명을 일궈낸 그리스가 글로벌 경제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그리스 신화를 통해 수천년 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제공했던 그리스가 이제는 세상 사람들의 놀림감이 됐고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국가 재정을 감안하지 않고 흥청망청 돈을 쓰다 보니 나라곳간은 텅텅 비었고 정치권은 부도위기에 빠진 국가를 수렁에서 건져낼 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정쟁에 한창이다. 지난 여름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했을 때 산티그마 광장(헌법광장)에서 만난 거리의 시민들은 "그리스의 몰락은 국가와 정부의 문제이다. 왜 국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라며 '국민 무책임론'을 역설했다. 정부가 연금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개인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개별 국가의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현재 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나의 이익만 따지다가는 국가와 국민이 모두 부도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그리스는 개별 가정에 1명의 공무원이 있을 정도로 공무원 천국이다.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공무원 취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연합(EU)ㆍ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대해 재정긴축을 압박하면서 공무원들은 정리대상 1순위가 됐고 이에 반발해 그리스 도심은 공무원과 공공노조의 데모와 시위로 얼룩져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이 서로 믿지 못하며 등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스 사태가 마치 딴 나라일인냥 '나 몰라라'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지적했듯이 그리스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이 어떻게 단시일 내에 역경과 어려움을 견뎌내고 IMF를 졸업하는 우등생이 됐는지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국민들이 왜 금 모으기 운동에 적극 동참했고 정부는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 IMF 권고사항을 수행했는지 겸손하고 겸허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인 그리스 신화는 잠깐 제쳐두고 이제 '코리아 신화'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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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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