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상수지 문제없나] <하·끝> 금융개방화의 그늘

외국인주주 배당 해마다 늘어<br>올들어 42억 8,520만弗, 작년동기비 53%나 증가

‘재주는 곰(국내 기업)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외국인 주주)이 번다.’ 2년 동안 지속됐던 경상수지 ‘흑자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거둔 사상최대 이익의 열매를 외국인 주주들이 고스란히 가져갔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 외국인투자가들의 배당송금이 집중되면서 경상수지의 주요 부분인 소득수지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됐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외국인 등 비거주자들은 국내에서 총 29억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이중 84.4%에 해당하는 24억4,000만달러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이다. 우리 경제가 외국에 지급한 금액이 벌어온 소득(21억3,620만달러)보다 많은 셈이다. 대외 배당금 지급은 매년 3~4월이면 반복되지만 그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해외 배당금 지급액은 42억8,5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억9,670만달러)보다 무려 53% 증가했다. 정삼용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대외 배당금 요인은 4월 이후부터는 사라진다”며 “앞으로 10억달러 가량의 경상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 실무자의 설명처럼 대외 배당금을 단순히 계절적 요인으로 봐야 될까. 또 경상수지 ‘흑자전선’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론 한은은 소득수지 적자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다. 소득수지 중 벌어들이는 이자수입이 3~4월 배당금 지급으로 인한 적자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까지 외환보유액 등으로 인한 이자 부문 수입은 26억4,480만달러로 연간으로 볼 때 대외 배당금을 웃돌 수도 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자수입 대부분이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이는 정부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며 “기업과 개인 등 민간 부문의 해외투자에 의한 배당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목적이 아닌 국가 비상금 성격의 외환보유액을 빼면 사실상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규모가 금융개방 후진국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잔액은 2,556억달러인 반면 외국인 국내 투자잔액은 3,435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대규모 경상흑자(123억달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순국제투자(대외투자-외국인투자) 잔액은 오히려 마이너스(-869억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수출 호조 등으로 경상흑자가 나면 해외투자가 늘어나 순국제투자가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마이너스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경상수지 흑자를 지탱해온 상품수지 흑자가 국내 경기회복 등 내부요인과 유가ㆍ환율 등 각종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경기라도 좋아지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더욱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루빨리 금융 부문(소득수지)이 실물(상품수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사상 최대의 대외배당금→소득수지 적자 사상 최대→경상수지 적자반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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