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추격 따돌리자" 도원결의 中企 시장확대·신기술 개발 발판 마련LCD·PDP TV 가격인하·품질향상 기대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삼성과 LG가 현대판 '도원결의(挑園結義)'라고 일컬어질 만한 협력관계를 맺기로 함에 따라 일본과 대만의 맹추격 속에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뻔했던 한국의 디스플레이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게 됐다. 삼성과 LG의 우산 아래 있던 중소기업들도 시장확대와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발판이 마련됐으며 LCD나 PDP TV의 가격 인하와 품질 향상 등 소비자 이익도 증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양 그룹이 과거의 앙금을 훌훌 털고 세부적이고 구체적 사안들에서도 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디스플레이 '넘버 원' 지키자=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CD와 PDP 생산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ㆍ대만ㆍ중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생산규모가 미미한 중국을 대만과 하나로 보면 세계시장을 놓고 한국ㆍ일본ㆍ대만이 삼국지의 정족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1위에 올랐으나 최근 대만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해 LCD 세계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36.3%로 대만(36.2%)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실지회복을 노리는 일본도 샤프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8세대 LCD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PDP 세계 1위 마쓰시타는 신규라인 건설에 2,8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계 PDP시장은 한국업체 점유율이 52.7%, 일본이 46.3%로 양분했다. 일본과 대만은 '타도 한국'을 목표로 특허 및 생산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삼성과 LG는 국내의 사소한 대립을 접고 손을 잡았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출범을 맞아 "삼성과 LG가 손을 잡은 것은 한국과 일본ㆍ대만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맺은 '현대판 도원결의'와 같다"고 평했다. ◇중소기업 경쟁력ㆍ소비자 후생 확대에도 한몫=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LG의 반목은 중소 하청ㆍ협력사에는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한 줄서기에서 이탈할 수 없어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손을 잡아 중소기업들은 경쟁력만 있으면 양사 모두에 납품할 수 있게 됐으며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공동 R&D를 수행하게 돼 투자 및 신기술 개발 부담도 한층 가벼워졌다. 국내 소비자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양 그룹의 TV메이커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방의 패널 구매 불가' 원칙을 깨고 상호구매를 본격화하면 물류비 감소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수 있다. 정부가 디스플레이업계의 연합전선 구축에 앞장선 것도 이 같은 소비자 후생증대에 기대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삼성과 LG가 구체적이고 세부적 사안에서도 상호 이해관계의 충돌을 감수하면서 양보와 조정을 통해 협력을 실천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5/14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