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수산업 행보찾기 해외진출 팔걷는다] (5ㆍ끝) 세계무대 갈 길 멀다

2년 전부터 유럽 무대로 진출해서 제법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중견 패션업체. “현지 바이어들도 진출 2년 만에 이 정도로 성장하기는 드문 일이라고 주목하고 있다”는 이 회사 마케팅 담당자는 그러나 해외에서의 매출 실적을 묻는 말에는 “아직 규모상으로는 미약해서 밝히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수 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에 대처하기 위해 몇 년 동안 해외시장 진출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대다수의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진출 현황에 대해선 자신있게 할 말이 많지만, 이야기가 막상 구체적인 실적과 수치로 넘어가면 “현지 사정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아직 내세울만한 규모는 아니다”라며 말꼬리를 흐리기 일쑤다. 각 업계의 관계자들은 최근 2~3년 동안 부쩍 늘어난 해외 진출은 앞으로의 사업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은 수준에 불과했다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해외사업 확충을 통해 수익 강화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식품업체 ㈜농심의 경우 올해 미국에 4번째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현재 3개 공장을 가동중인 중국에서는 `신라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광고와 주요도시의 버스광고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이를 통해 올해는 세계 70여개국에 대한 라면ㆍ스낵류의 수출 및 현지생산 등 해외부문 매출을 지난해 9,500만달러에서 1억1,500만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화장품업체 태평양 역시 올해부터 해외부문으로의 투자를 대폭 늘려, 현재 한자릿수에 그치는 해외부문 매출의 비중을 장기적으로 30%까지 높이고, 당장 올해도 중화권 내 입점 점포를 50개에서 80개로 늘려 이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설 방침. 할인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 97년 중국 상하이에 점포를 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현재 1호점에서 올리는 매출은 연간 4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정도. 소규모 임대 매장이어서 현재 상하이 할인점 중 최고 수익을 올리는 까르푸 고베이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6월 오픈하는 상하이 2호점이 사실상의 1호점이라고 보고 있다”며“지금부터 세우는 매장은 한국과 같은 표준모델을 도입하기 때문에 다국적 업체와 비교해도 매출이나 경쟁력 면에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내수 품목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동남아 등 외국계 기업이 발을 붙이기 쉬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각 업체마다 해외 부문의 비중을 크게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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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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