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헤 2010년 30대 기업집단의 자산 및 매출 집중도가 10년 전인 2000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고 밝혔다. 또 이들 기업의 주력업종 특화율도 점차 상승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기업집단의 비금융업 자산집중도는 2000년 42.4%에서 2010년 40.0%, 매출집중도는 2000년 44.1%에서 2010년 35.8%로 각각 하락했다. 한경연은 자산 및 매출기준 경제력 집중도는 분자와 분모를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지만 국내총생산(GDP)를 분모로 산출한 경제력 집중도를 근거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증분석을 통해 출자총액 제한집단과 비 제한집단의 경제력 집중도 변화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립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출총제의 경제력집중 억제효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고서에 따르면 출총제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출자총액제한이 적용되던 기간 중 제한집단의 비유동 유형자산 증감율은 비제한집단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제도 폐지 이후 두 집단간 차이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 기간 중 두 집단간 증감율 차이는 공구ㆍ기구, 기계장치 등 투자와 관련 높은 자산유형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다른 나라에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산 5조원 이상이라 해도 규모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 이질적 기업집단을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호출자제한 및 상호지급보증금지 규제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집단들은 1위 집단과 최하위 집단간 자산규모 비율이 32배에서 최대 72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또 규제기준에 근접한 기업집단은 규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비판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력 집중 억제효과는 없으면서 기업투자를 제약하는 출총제는 다시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제력 집중은 기업결합심사 단계에서 간접 규율하고, 정부는 시장집중의 폐해 시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