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로 본 상반기 출판계<br>지속되는 경기침체·취업난에 혜민스님'멈추면 비로소…' 등 위로 담은 책들 베스트셀러로<br>중년 남자 위한 에세이·인문서 영화 원작 소설도 큰 관심 끌어
올해 상반기 출판가 키워드는 '치유'였다.
국내 주요 출판유통업체인 인터파크도서, 교보문고, 예스24 등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취업난, 정치갈등의 현실 속에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 '힐링(Healing)' 즉 '치유'에 관한 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중년 남성들을 겨냥한 위안의 책들이 관심을 끌었으며, 드라마ㆍ영화 등의 원작들도 '스크린셀러(Screen-Seller)'로 함께 사랑 받았다.
◇삶의 고민 '치유'가 베스트셀러= 인터넷서점인 인터파크도서와 예스24에서는 삶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일상까지 편안하게 풀어낸 혜민스님의 산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종이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중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지음)와 같은 에세이를 통해 격려를 얻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1위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미국 와튼스쿨에서 협상ㆍ문제해결법 등을 가르치는 저자 스튜어드 다이아몬드가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문제 상황의 치유와 해법을 모색해 준 책이다. 인생의 힘겨움을 덜어주는 차동엽 신부의 '잊혀진 질문'을 비롯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이 차분하게 인기를 끌었다.
◇중년 남자를 위한 책들도 인기=올 상반기에는 마흔의 중년, 그리고 남자에 대한 책들이 인기를 누렸다. 중년 남성의 삶의 고민을 치유해 주는 책과 함께 어떻게 여가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해법,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고전 등이 많이 읽혔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비롯해 김 교수가 추천한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이의수 지음), '중년수업'(가와기타 요시노리) 등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전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독자의 증가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신정근 지음)과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 지음) 외에 '논어'와 '중용' 풀이를 담은 인문서적이 주목 받았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인터파크도서의 '2012년 상반기 독자 구성비'의 경우 30대 여성(30.9%)과 40대 여성(24.4%)에 이어 40대 남성이 13.1%, 30대 남성이 11.2%로 그 뒤를 이으며 약진했다. 일반적으로 도서구매력은 30~40대 여성이 가장 높으며 여기에는 자녀들의 학습서 구매도 포함돼 있다. 교보문고가 분석한 연령별 판매율에서는 30대(26.9%)와 40대(25.7%)의 구매가 높은 데 반해 20대 이하의 도서구매는 하락추세를 보였다. 모바일 시장이 급부상하며 전자책 보급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교보문고의 경우 전자책 매출이 지난해 대비 56.8%의 신장률을 보였다.
◇스크린셀러 강세는 전자책까지 이어져=지난해 영화 '도가니'의 원작인 공지영의 '도가니'가 주목 받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인 정은궐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인기가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린 '스크린셀러"로 박범신의 소설 '은교'와 외국소설인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스티그 라르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이 있다. 특히 '은교'는 교보문고의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스크린셀러 등의 콘텐츠가 전자책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추세다.
인터파크도서 서영규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뮤지컬 원작 '위키드'가 스크린셀러로서 강세를 이어갈 지와 대선을 앞두고 대중정치서가 강세를 보일 지 큰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