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컴사태로 비난확산잇단 회계부정… "CEO들 도덕적 암에 걸렸다"
엔론사태에 이어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과 의혹의 목소리가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드컴 사건이 '주식회사 미국'의 위상을 총체적으로 뒤흔들면서 미국기업과 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경제에 있어 신뢰는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미국경제는 저축률이 거의 제로인 상태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4,000억달러에 달해 하루평균 12억~13억달러의 자금이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국제자본은 미국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회계기준과 투명성ㆍ수익성ㆍ역동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해 미국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신화가 깨지면서 국제자본이 미국시장을 이탈, 달러화 가치 폭락과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개방과 투명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는 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왔던 미국기업들에 대한 환멸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기업의 경영현대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기도 로시 전 이탈리아통신 회장의 말을 인용,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0)들은 자신이 잘못을 하고도 창피를 모르는데 그것은 도덕적으로 암에 걸린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러시아의 경우도 최근 미국기업의 투명성 결여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난 월드컴만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향후 5년간 비즈니스 환경을 비교, 평가한 보고서에서 미국을 네덜란드ㆍ캐나다ㆍ핀란드 및 영국에 이어 5위에 랭크시켰다. 미국은 지난 97~2001년 보고서에서는 수위에 올랐었다.
보고서는 미국이 2002~2006년분 평가에서 이처럼 순위가 추락한 이유로 테러 위협, 무역마찰 증가와 더불어 기업회계 투명성 하락을 꼽았다.
영국 파인낸셜타임스도 27일자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90년대 후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와 취약한 금융구조로 신뢰를 잃었다면 이제 미국은 엉터리 회계와 CEO들의 부정으로 신뢰를 잃었다고 전하면서 이 파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월드컴 사태는 미국 자본주의를 신뢰성의 위기에 빠뜨리면서 미국경제를 또 한차례 침체의 늪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