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지역에 TV 등을 수출해온 국내 대기업 A사는 최근 현지 과세당국으로부터 수백억달러의 이전가격 과세를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브라질 과세당국이 A사가 본사에서 정상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판매, 이익을 축소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세금을 소급해 부과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통보에 A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거액의 세금도 문제지만 현지 과세당국과의 마찰로 마케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또한 소송할 경우 법률자문 비용이 만만찮고, 특히 다른 국가로 파급될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0일 로펌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중국이나 유럽ㆍ중남미 등 세계 각국의 조세당국이 이전가격 과세 정책을 강화하고 나섬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다. 이전가격은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때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매기는 가격으로 세계 각국의 조세당국이 이전가격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세금을 엄격히 부과하고 있어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겨우 정착해, 메인 플레이어로 이제 막 몸을 풀려는 찰나에 이전가격 과세의 표적이 돼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김동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들어 중국이나 유럽ㆍ중남미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전가격 과세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현지 과세당국과의 전면적 소송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지만 유ㆍ무형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전가격 과세가 국내 글로벌 진출 기업에 복병으로 부상하자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법무법인 율촌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세계적 로펌인 베이커&매킨지와 공동으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2009 주요국 이전가격 과세제도 동향과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매킨지는 해마다 일본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을 돌면서 이전가격 세미나를 개최해왔지만 국내에서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80여개 기업의 재무담당자 등 180여명이 참석해 기업들의 관심이 반영됐다. 김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다 보니 현지 과세당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마크 레비 매킨지 파트너 변호사도 “중국 정부가 이전가격에 대한 규제를 올 초부터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전가격 과세문제는 오래 전부터 미국 등지에서 논의돼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나 유럽 등 한국 기업들이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가들에서 과제규정이 더욱 강화되는 조치들이 현실화하고 있어 글로벌 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기업들에 또 다른 경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기업들이 각국의 이전가격 과세 강화 움직임에 맞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국의 조세체계를 잘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전가격사전승인제도(APA) 등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