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즌을 맞아 속속 치러지고 있는 대기업의 높은 입사시험 경쟁률은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취업 전문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200대 1, 300대 1도 예사다. 전기안전공사 사무직의 경우 5명 모집에 5,102명이 몰려 무려 1,0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업 뿐만 아니다. 공무원 시험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지난주 말 치러진 서울시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는 1,186명 모집에 무려 11만8,400여명이 지원, 서울시 공무원 채용사상 최대 규모 지원자 기록을 세웠다.
경쟁률이 심하다 보니 지원자 수준도 높아져 석ㆍ박사, 회계사 고급인력이 많고 공무원 시험 응시자도 대졸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합격하는 사람은 다행이지만 훨씬 많은 수의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기저기 다시 문을 두드려야 하고 수십통의 지원서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20대의 절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 유행어가 된지도 오래됐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는 말을 새삼 실감나게 한다.
젊은이들이 꿈을 펴볼 기회는 커녕 학교 문을 나서자 마자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일 수 없고 국가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청년실업 해소의 열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지름길은 역시 기업들의 투자확대다.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투자의 고용효과가 과거와 같지않지만 그래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투자확대를 능가하는 수단은 없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획기적 완화와 정책 불투명성 제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보다 국민정서를 앞세우고, 소급입법 등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풍토에서는 투자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적법한 일을 나중에 문제 삼는다면 마음 놓고 경영할 수 있겠는가.
기업들도 너무 움츠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고용사정이 개선되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고 이는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취업자들도 대기업만 고집할게 아니라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 문도 적극 두드려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