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료인 전염병 신고제' 유명무실

90년대이후 단속 1건없어…초기방역 대처못해대구ㆍ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가 크게 번지고있는 가운데 전염병 발생을 초기 단계에서 포착할 수 있는 의료인 신고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국립보건원과 경남ㆍ경북ㆍ전남ㆍ전북 등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해안지역 4개 도에 따르면 전염병 환자 발생 신고를 태만히 한 의료인을 적발, 고발 조치한 사례는 지난 90년대 이후 단 1건도 없다. 현행 전염병예방법 제4조에 따르면 의사나 한의사는 임상적으로 콜레라 등 전염병이 의심되거나 병원체를 보유한 환자를 발견할 경우 즉각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태만히 하는 의료인은 관할 지자체에 의해 고발돼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돼 있으나 당국의 사후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확산성이 높은 신고대상 전염병 제1군에는 이번에 크게 유행하고 있는 콜레라를 비롯, 세균성 이질ㆍ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O-157)ㆍ페스트ㆍ장티푸스ㆍ파라티푸스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콜레라의 최초 감염자로 추정되는 영천 뷔페식당 여종업원 권모씨의 경우 8월14일 회식을 한 뒤 설사를 일으켜 같은 달 18~20일 영천 P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관할 보건소에는 이 사실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으며, 2주일 후인 이 달 2일에야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감염된 콜레라 환자가 보건당국에 처음 확인됐다. 그럼에도 영천시는 권씨를 단순 설사환자로 진단했다는 P병원 담당 의사의 주장에 밀려 어떤 제재 조치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보건원 관계자는 “담당 의사가 단순한 설사환자인줄 알았다고 주장하는 한 고발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사실 의료인에 대한 전염병 신고 의무화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콜레라 같이 확산성이 높은 전염병 환자를 처음 발견하는 것은 대부분 일선 의료인들인 만큼 의료인들의 전염병 신고체계를 강화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이 후진국형 전염병이 다시 유행할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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