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현물거래 사상 처음으로40달러대에 진입, '3차 오일쇼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유가 폭등이 1,2차 오일쇼크때와는 달리 수급불안이 아니라 국제정치 불안의 영향이라는 점에서 정부를 비롯해 석유 전문가들조차도 가까운 미래의유가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40달러를 넘어서면 우리 경제가 제3차 오일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 파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급격히 확산될 전망이다.
◆ 유가폭등 배경과 전망 = "현재의 고유가는 심리적인 패닉상태다" 국제유가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적인 정치불안에 따른 불안심리가 유가 폭등을가져오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유가 변동의 가장 큰 변수가 국제정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멈추지 않는 정치불안이 수급불안 심리가 이어져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테러위협으로 남부지역 수출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데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이 소환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정정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유코스 사태도 당장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악재는 여전하다.
최근 열린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에서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현재 국제유가는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하루 100만배럴 이내로 제약돼 있는 상황에서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 산유국 정정불안에 따른 심리적불안으로 인한 패닉상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에 모아지는데 정부도 연초부터 잇따라 예측이 빗나가자 "정확한 전망이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다.
유가전문가협의회는 일단 두바이유가 당분간 배럴당 35-40달러를 유지하는 가운데 공급불안 심리가 해소될 경우 30-35달러로 햐향 안정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라크,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지에서 실질적인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유가는 최악의 경우 45-50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국방연구원의 김재두 연구위원은 "이미 지금은 오일쇼크상태에 들어와있다"며 "1, 2차 오일쇼크가 급성으로 발생해 완치됐다면 이번 유가급등은 만성 상태로 5-10년의 오랜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내년 유가도 석유수요 증가와 중동 불안 등의 요인이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고유가를 보일 것이라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 심각해지는 경제파장 = 고유가 파장은 당초 정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 심각한 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경상수지 등을 악화시키고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데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5달러 오를 경우 GDP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0.5% 포인트 오르며 경상수지는 60억달러가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흑자가 8억달러 줄어들고물가는 연 0.15%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가 45달러까지 오르면 1차 오일쇼크때의 실질가격에육박하게 되며 하반기 유가가 평균 40달러까지 치솟는다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 감소하고 물가는 1.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수석연구원은 "고유가는 국내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기업 수익을 악화시켜투자와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침체가 가중돼 실업이 확대되는 악순환 고리로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가급등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수입 단가가 상승해 지난 4월순상품교역지수가 사상 최저치인 84.8을 기록하는 등 교역 조건이 크게 악화됐다.
수출 단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고유가로 인해 수입 단가는 지속적으로 올라 품 한 단위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실질구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무역수지에도 비상이 걸렸는데 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는 중동 두바이유가 37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무역수지가 연간 120억달러 가량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기업들이제조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모두 전가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3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석유제품 가격을 비롯해 항공.해운 운송료, 철강.원자재 가격, 난방비등 물가 줄줄이 오르고 있고 도시가스 요금도 조만간 인상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