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덕적 해이 부추기는 개인파산제도

개인파산제도에 허점이 많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개인파산제도가 악용돼 신용불량자 양산을 부추기고 신용불감증ㆍ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329명에 그쳤던 개인파산신청자는 지난해에는 무려 12만명에 달했다. 이렇게 6년 동안 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18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제활동인구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개인파산상태에 빠져 있는 셈이다. 개인파산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부진의 원인이 가장 크다. ‘그냥 쉬는’ 사람이 1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가 없다 보니 돈을 벌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원에 달했던 파산신청비용이 70만~80만원으로 낮아져 부담이 적은 취업제한직종완화 등 파산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강화된 배경도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나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파산절차와 규정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면책을 받은 비율은 99.9%였다. 파산신청만 하면 면책되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파산을 신청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편법ㆍ불법파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재산을 빼돌린 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에게 빚을 몽땅 몰아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빚을 면제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파산신청을 대행해주는 브로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정도라고 한다. 신청만 하면 받아주는 파산제도의 부작용도 적지않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소득과 재산이 있는 사람이 불법과 편법을 통해 면책받음으로써 생기는 위화감도 문제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신용거래와 서민금융의 위축으로 개인파산 급증 이후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금융회사간 금전거래가 경색되고 있다. 저축은행 등 금융권은 서민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선의의 경제적 약자를 구제하기 위한 개인파산제도가 오히려 서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개인파산제도의 절차와 요건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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