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심리 다시 위축] 경기침체 탈출 “앞이 안보인다”

물가불안과 소비심리위축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 고용감소와 투자 부진으로 헤매는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제는 물가상승의 원인이 통제 불가능한 외생변수라는 점. 국제원유가와 원자재가격이 오르고 있다. 폭설 피해와 계절적 요인으로 급등하고 있는 농축수산물도 가격조절이 거의 불가능한 품목이다. 더욱이 수출호조로 무역수지 흑자가 쌓여간다는 점도 통화팽창압력을 높이고 물가상승세를 자극할 잠재요인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생산자물가에는 파급되지 않고 있으나 오름세를 제어할 차단책이 없는 한 전반적인 물가불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민생활도 더욱 곤궁해지게 됐다. 정부는 물가대책차관회의를 열어 정부 비축물량 방출을 크게 늘리는 한편 철근 등 원자재 사재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격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인상카드도 경기침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 원자재발 물가 불안=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은 철근과 모래, 원유 등 세가지 품목. 여기에 농축산물도 한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폭설이 겹쳐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철근과 모래는 가격 뿐 아니라 수급 문제까지 겹쳐 돈을 쌓아놓고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철근 등 철강제품의 원료인 철강석의 국제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가격 오름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승 한은 총재의 우려대로 물가가 4%대에 달할 경우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 안정 덕에 그나마 버텨온 서민생활은 물론 국민 경제도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물가오름세→구매력 감소→소비 위축 심화→생산ㆍ투자 위축→경제침체 지속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종국에는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심리위축도 끝 안보여=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만 나쁜 게 아니다. 통계지표로도 소비심리부진이 확인돼 내부수진에 따른 장기불황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와 6개월 뒤의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2월 들어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2개 지표가 동반하락하기는 5개월 만에 처음.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2002년10월 97.1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17개월째 9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비를 그나마 지탱해온 월소득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도 지난 2002년9월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다 보니 내수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있다.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지난 1월 기준으로 11개월째 내리 감소세다. 그 동안 건설ㆍ부동산ㆍ금융업의 호조로 7개월째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하던 서비스업마저 지난 1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다음주중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 교육비와 의료비까지 줄이는 마당에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정책 딜레마=한은은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예상대로 콜금리를 동결(3.75%)하기로 결정했다. 박승 한은 총재 스스로 “2ㆍ4분기 이후에도 원자재가격이 계속 오르면 올해 물가목표를 지키기 어렵다”고 말할 만큼 물가불안이 심각한데도 금리인상을 통한 선제적 대응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수위축과 경기부진이 배경이다. 물가를 잡는다고 금리를 올렸다가 빈사상태인 내수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릴 것으로 우려될 뿐 아니라 최근의 물가 상승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측면의 문제여서 금리정책의 효과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용불량자 문제와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맞물려 금리를 움직이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 불안과 내수 위축이 겹쳐있는 이상 당분간 금리에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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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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