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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진정한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기준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나왔다. 판별기준이 마련된 지 6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찬사와 함께 앞으로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레딩대는 로봇기술 법제 연구기관 '로보로'와 공동으로 7일(현지시간) 영국 왕립학회에서 주최한 '튜링 테스트 2014' 행사에서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 '유진'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8일 밝혔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어느 정도로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능력을 판별하는 테스트다.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영국의 전산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지난 1950년 제안했다. 5분 동안 인간인 심사위원이 기계와 문자로 대화한 후 30% 이상이 진짜 인간과 대화한 것처럼 속아 넘어가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간주된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과학ㆍ철학적 인공지능 판별기준으로 통한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으로 프로그래밍된 '유진'은 5분 분량의 문자 대화를 통해 심사위원 중 33% 이상에게 진짜 인간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행사주최 측은 밝혔다. 이 프로그램 개발자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베셀로프는 유진을 13세로 설정한 데 대해 "나이를 감안하면 유진이 뭔가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의 성공은 튜링 테스트가 소개된 지 무려 64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통과사례라는 점에서 전산학과 인공지능 역사에 커다란 이정표가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진짜로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달성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이 분야의 상당한 발전상과 함께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유진의 개발자인 베셀로프 역시 "이번 결과가 인공지능과 챗봇(사람의 대화를 흉내 내는 프로그램)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간단한 대화로 인간을 속일 수 있을 만큼 발전함에 따라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행사를 조직한 케빈 워릭 코번트리대 부총장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속일 수 있는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함의를 가진다"며 "사이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