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높아 발병률 갈수록 늘어<br>개인 위생관리만으론 예방 한계<br>치료제도 없어 백신접종이 최선
| A형간염 발생자의 대부분이 20~30대로 젊은층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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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간염이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A형 간염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서 2005년까지 1,000명 이하로 환자 수가 발생했으나 2006년 2,081명, 2007년 2,333명에 이르다가 2008년 들어서는 7,900여명, 2009년에는 1만5,231여명이 보고됐다. 2002년에 300여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발병률 상승세가 무섭다.
특히 2009년 한 해만 A형 간염 사망자가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15명이나 된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발병 보고 건수가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현재 8월 말 기준으로 이미 5,9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면역력 없는 20~30대 젊은 층에서 집중 발생=A형 간염의 전반적인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주목할 점은 사회ㆍ경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20~30대가 전체 발병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A형 간염으로 한 달여를 병원에 입원ㆍ치료를 받을 경우 개인에게 미치는 육체적 고통은 물론 의료비 지출과 결근ㆍ결석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상상을 초월한다.
청장년층에게 A형 간염의 발병이 집중된다는 것은 곧 젊은 세대 대다수에게 A형 간염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항체가 없다는 뜻이다. 이영석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30대 젊은 층이 현재 A형간염에 가장 취약한 연령"이라며 "해외여행ㆍ출장 등 국제 교류가 늘고 외식ㆍ회식 문화가 보편화 되며 샐러드ㆍ과일 등 가열하지 않은 음식물의 잦은 섭취 등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성은 높아진 반면 항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산하 A형간염대책TF팀이 올해 초 서울의과학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1,699개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한 결과 20대 초반의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10.1%로 젊은 성인 연령층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30%를 훨씬 밑돌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20~30년 전만 해도 A형 간염은 어렸을 때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면서 면역을 획득하게 돼 대부분의 성인이 항체를 갖고 있었다. A형 간염은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지는데 성인의 항체 보유율이 높았기 때문에 중증 감염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질환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위생환경과 개인위생이 현저하게 개선되면서 오히려 어릴 때 자연면역을 획득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우리 나라에 A형 간염 백신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7년이므로 그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획득할 기회도 없었다. 이들이 자라 이제 20~30대가 되었고 면역력이 없는 상태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 위생관리만으로는 예방에 한계=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염증성 간질환이다. 주로 감염된 환자의 대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에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등을 통해 전파되고 전염성이 매우 높다. 5세 미만에서 감염되면 증상이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유ㆍ소아의 경우 거의 자각증상이 없어 감염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감염된 지 모른 채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보육시설의 다른 아동들에게 감염을 전파할 수 있다.
A형 간염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합병증 발생 빈도가 더 높기 때문에 성인ㆍ노령층에서 심각성이 커진다. 전형적인 간염 증상의 하나인 황달의 경우 6세 이하에서는 10% 정도에서, 6세 이후의 소아와 성인에서는 70%의 환자에서 황달이 동반된다.
또한 최근의 국내 조사 결과들을 보면 과거 10년 전에 비해 사망이나 간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늘어나는 등 간 질환의 중증도도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러한 변화는 A형 간염 환자의 평균 발병 연령이 높아진 것이 주된 요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식수와 모든 음식물을 끓여 먹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어느 정도 전염경로를 막을 수 있지만 인구 밀도가 높고 회식자리나 외식의 기회가 많고 사람들과의 모임 횟수가 많아진 현재의 생활 패턴에서 개인위생만으로는 A형 간염 전파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성인 감염이 늘고 질환의 중증도도 심해지고 잇는 만큼 A형 간염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예방,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치료제 없어 예방 접종이 최선=A형 간염은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대증요법 외에 아직 특별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일단 발병하면 고단백 식이요법과 안정을 취해야 하며 구토가 심하면 진토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영양제를 주는 정도의 대증요법을 실시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 입원 등 일정 기간 격리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점차 A형 간염의 중증도가 심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전에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린 적이 없고 항체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면역을 획득할 수 있도록 백신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저절로 면역이 형성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젊을 때 예방접종을 간과할 경우 오히려 고령의 시기에 감염되면 위험성이 커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1997년부터 A형 간염 백신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소아 인구의 예방 접종률은 증가했지만 10세 이상 연령층은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