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같은 합병전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유럽최대의 전화회사인 도이체 텔레콤으로 인터넷 서비스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사업망을 갖추기 위해 여러 통신사와 활발한 합병논의를 벌이고 있다.도이체 텔레콤이 우선 손을 내민 곳은 스페인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로 양사의 합병은 총선 이전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유럽통신사들간의 합병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도이체 텔레콤은 텔레포니카 외에도 미 통신사인 큐웨스트(QWEST)의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는 필립 안슈츠와 지난주 접촉한 것을 비롯, 통신망 사업체인 글로벌 크로싱, PSINET사 등 미 통신사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 텔레콤과 네덜란드 통신사인 KPN NV도 영국 이동통신회사인 오렌지 인수에 나서고 있고, 텔레콤 이탈리아는 수개월전부터 텔레포니카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당사자인 텔레포니카와 글로벌 크로싱, 큐웨스트 등은 이같은 합병 논의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투자은행 그린힐의 제프리 윌리엄스씨는 『그동안 통신업체간 합병 바람이 미국에서 아시아지역으로 옮겨갔으나 이제 도이체 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유럽 통신회사들이 합병논의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합병 논의는 이번주 홍콩의 C&W HKT 매각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많은 통신회사들은 오래전부터 C&W의 인수를 희망해 왔으나 중국정부가 HKT의 지분을 우회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모기업인 C&W에 대한 인수전에 선뜻 뛰어들지 못해 왔다. 그러나 지난주 HKT가 PCCW에 매각됨에 따라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사라져 C&W도 본격적인 합병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이체 텔레콤은 이미 C&W과 사전 접촉에 나섰고 SBC 코뮤니케이션스사(社)도 C&W에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HKT의 매각으로 120억달러의 현찰을 챙기게 된 C&W의 최고경영자(CEO) 그레이엄 왈라스는 이같은 통신사들의 인수 시도에 대해 『우리는 현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은행이 아니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새로운 통신사의 인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 통신회사들은 향후 닥쳐올 합병 바람에 대비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최근 자신의 인터넷 및 이동전화 사업부문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고, 브리티시 텔레콤도 무선전화부문인 셀넷의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또 도이체 텔레콤도 이들 회사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