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 입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10일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미 FTA로 인해 국내외 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동진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일산 킨덱스에서 열리는 ‘2007 서울모터쇼’를 찾았다. 지난 9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예정에 없던 관람 일정을 잡았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김동진 부회장은 이날 한미FTA 타결에 따른 내수 시장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대ㆍ기아차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도요타와 혼다 등과) 경쟁을 하고 있는 데 걱정은 무슨 걱정입니까”라며 “그 거(FTA 타결) 때문에 우리가 안방시장을 호락호락 쉽게 내줄 것 같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도요타와 혼다 등이 미국산을 한국에 들여오는 우회 수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래도 현대차는 내수 시장을 지키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과 관련, “우리가 언제 픽업(트럭)으로 미국 진출한다고 했나요”라며 “현대차는 아니니까, 그러면 기아차가 하겠지요”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기색은 역력했다.
김 부회장은 우선 모터쇼 관람을 현대ㆍ기아차 부스에서 출발했다. 곧 바로 그가 향한 곳은 르노삼성이 올 연말 출시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X(프로젝트명 H45). 김 부회장은 르노삼성의 이봉훈 커뮤니케이션본부 이사에게 QMX의 ‘출시 시기’와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 여부’, ‘수출 및 내수 판매 계획’ 등을 꼼꼼히 물었다. 르노삼성이 내수 SUV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현대차의 싼타페와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QMX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의 발걸음은 이어 도요타와 혼다 전시관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머문 시간만도 30여분이 넘을 정도. 모터쇼를 둘러본 100여분 동안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도 도요타와 혼다 전시관이다.
그는 도요타의 LS460과 혼다의 CR-V, 레전드 운전석에 직접 앉아 여러 사양을 꼼꼼히 훑어 내려갔다. LS460은 현대차의 에쿠스, CR-V는 투산, 레전드는 소나타와 동급으로, 이미 국내 시장에서 국내 고객의 상당 부분을 이들 차량에게 넘겨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렉서스의 LS460은 뒷 좌석에까지 앉아 ‘가격’을 체크하고 바로 옆에 전시된 LS460L(롱바디)의 가격 등도 세세하게 확인할 정도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 비(My B)도 주요 관찰대상. 이 차량은 프리미엄 소형 차로 가격이 3,690만원으로 국내에서 판매중인 벤츠중 가장 저렴한 모델로, 현대차 고객의 이탈 현상을 유발할 차종으로 꼽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생산라인 전환에 따른 노조의 반발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도 내비췄다. 김 부회장은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의 생산라인 조정은 기본적으로 그랜저TG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다”라고 전제하고 “노조측이 우리 이야기를 이해해주면 잘 풀릴 것도 같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