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뒷북치기식 수도권 대책

나성린 <한양대 교수ㆍ경제금융학부>

지난 6일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정부는 하반기 경제활성화의 일환으로 수도권발전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수도권에 대규모 관광단지와 테마파크를 조성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해서도 사안별ㆍ개별적으로 규제를 풀어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기업투자 활성화라는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선언적 수준에 그쳐 그 실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 정부도 연말에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을 다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내년선거 의식 정치적 처방 정부의 수도권대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가경쟁력 향상과 그를 위한 국토의 효율적 활용보다는 분배 지향적인 제로섬 방식의 수도분할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으로 잃은 수도권 민심을 회복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인 고려가 지나치게 앞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최근 들어와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도 최근 5년간 계속 감소하다 지난해에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와 다시 급감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야 생산이 증가하고 따라서 고용도 증대되고 민간소비가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수도권 투자를 억제하며 지방에로의 투자를 강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외에도 각종 환경규제와 대기업 투자 규제를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왔다. 기업이 투자지역을 선정할 때에는 각종 경제적ㆍ사회적ㆍ인적 인프라를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을 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열악한 지역으로 가기를 강요하고 그러한 조건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는 진입을 막았으니 해외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한 오늘날 국내에서의 기업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수도권 경제가 침체되면 수도권 기업의 하청기업이 많은 지방의 경제 역시 침체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한 입지조건을 당장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수도권의 투자규제를 풀어 수도권 경제를 활성화하고 그 파급효과가 지방에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수도분할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같은 제로섬식 균형발전 전략에 몰입해 수도권의 국제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가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산업입지 조건이 파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가 재정으로 이런 조건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기업과 대학이 결합된 기업대학도시의 건설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만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이마저 기업에 의한 개발이익의 향유를 우려해 절름발이 기업도시법을 통과시켜버렸으니 지속 가능한 국토균형 발전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수도권 경제 활성화 서둘러야 효율적이면서도 균형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강제로 한쪽의 발전을 막고 제로섬식의 분배 지향적 발전전략에 집착해서는 불가능하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우리 경쟁국들의 수도권보다 높게 유지하면서 자생력 있는 지방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수도분할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서두르고 뒤늦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도권발전대책을 수립하느라 야단법석인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은 해답이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