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때 아닌 발코니 소동

건설업계가 때 아닌 발코니 소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두 달을 건너뛰어 내년 1월1일부터 발코니 구조변경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시발점이었다. 당장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건설교통부는 한 걸음씩 떠밀리면서 발코니 확장 시행시기를 12월, 다시 11월로 한 달씩 앞당겼다. 발코니만 확장하면 당장 몇 평이 넓어진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은 많지 않다. 건설업체들은 말 그대로 봇물처럼 쏟아지는 입주자들의 민원에 당황하고 있다. 본래 발코니 구조변경은 업계가 정부에 수차례 건의해온 숙원이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해결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소원은 성취(?)됐지만 업계는 애매한 법 시행 시점 때문에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당사자인 건설회사와 입주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동안 엉뚱하게도 마루ㆍ창호업체들은 특수 기대감에 부풀면서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소방방재청이 발코니를 없애면 화재시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부처간 사전협의도 없이 발표된 정책 아니냐는 비난까지 들린다. 발코니 확장 문제는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집값까지 건드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전망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느니, 2m 발코니를 가진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느니, 발코니 확장이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니, 안 미치니 하는 전망들이 앞 다퉈 나온다. 이번 발코니 정책혼선을 보다 못한 한 주부는 “옛날에 다들 확장해도 된다고 할 때는 혼자 안된다고 하더니 이제는 혼자 된다고 하네…”하며 혀를 찼다. 건교부는 이런 소동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을까. 안타깝게도 정말 몰랐던 것 같다. 이번 발코니 소동을 보면서 본래 다음달(11월)로 예정됐던 판교 분양시점을 내년 3월로 미루고 아파트 리모델링으로 늘릴 수 있는 최대 평수를 7.5평으로 제한했다 9평으로 완화했다 하며 번복했던 실수를 또 한번 저지르는구나 생각했다면 억측일까. 건교부는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을 듣고 정책을 보완하기로 했지만 이미 벌어진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벌써부터 8ㆍ31부동산종합정책이라는 ‘채찍’을 휘두른 뒤 발코니라는 ‘당근’을 주면서 생색내려다가 혼쭐만 났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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