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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천안 두정동의 아파트에 신혼 전셋집을 구했던 최모(37)씨는 2년 전 매매로 갈아타지 않고 재계약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당장 올해 3,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것도 고민이지만 그 사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40%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재계약 당시 공급이 많았던데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여서 집값이 오를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지만 시장은 정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는 "집값이 뛰다 보니 이제 사려고 해도 대출을 더 늘려야 할 뿐 아니라 계속 가격이 오를지 몰라 고민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분양과 매매 등 전반적인 지표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KTX로 서울 도심까지 30분이면 닿는 교통 여건 때문에 '웬만한 수도권보다 더 낫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9일 천안지역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천안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도 잇따라 1순위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거래가 꾸준히 늘면서 기존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천안시 두정동 C공인 관계자는 "인근 대기업과 산업단지 직장인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매매·전세 동반 상승…분양 시장도 뜨거워=천안시 두정동 두정역 푸르지오 84㎡(전용면적 기준)는 최근 2억9,500만원짜리 매물이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됐다. 이 가격은 2009년 입주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정역 P공인 관계자는 "한때 급락했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올라 분양가 수준까지 회복됐다"며 "수요가 꾸준해 쉽게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당·백석동 등 기존 지역 집값도 강세다. 불당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지난해 1·4분기 871만원선이었지만 6월 말 현재 953만원으로 80만원이나 뛰었다. 10%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전셋값 역시 같은 기간 3.3㎡당 630만원에서 722만원으로 90만원 이상 상승했다.
분양 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4월 호반건설이 분양한 천안 불당 호반베르디움은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15대1, ㈜신영의 지웰 더샵은 평균 29대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천안 백석 더샵 아파트는 모델하우스 문을 연 주말 2만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인구 증가, 산업 기반 확산…당분간 강세 꺾이지 않을 듯=천안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것은 증가하는 풍부한 배후 수요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등 일부 대형 개발사업이 좌초했지만 여전히 천안지역에는 수요를 유입시킬 만한 호재가 많다. 시 주변에 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있는 삼성산업단지를 비롯해 백석산업단지·천안3산업단지 등 산업단지만 13곳이 밀집해 있다. 실제로 천안시 인구는 지난해 59만명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9%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인구 유입이 늘면서 골칫거리였던 미분양도 거의 소진됐다. 2011년 말 3,229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5월 말에는 535가구로 급감한 것.
이 때문에 당분간 천안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증가가 계속되는데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에 가까워 매매 전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들 물량이 입주하는 2~3년 후에는 단기 공급 집중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분위기는 이어지겠지만 늘어나는 공급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