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선일 사건'과 구명협상의 의문점

한달 이상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조사중인 감사원이 28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 특위에 조사진행상황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이번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故)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자체 협상은 의문 투성이일 뿐더러 `협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피랍= 5월31일 오후 팔루자 인근 미 해병 리지웨이 캠프에 물품을 배달하고 바그다드로 돌아오던 가나무역 소속 김선일씨가 이라크인 운전사와 함께 납치됐다. 김천호 사장은 6월1일 가나무역에 고용된 이라크인 E모 변호사에게 김씨의 실종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3일 실종을 확인하고 5일 바그다드를 방문중이던 서울 O교회 강모 목사와 자신의 형인 비호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김 사장은 8일 팔루자 지역을 수소문하던 이라크인 직원들을 통해 김씨가 "무장세력에게 잡혀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는 알리지 않은채 E 변호사를 통해 독자 구출을 시도했다. ▲구명협상= E 변호사는 6월9일 성직자협회 간부인 H씨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H씨는 사건 개입은 거절했지만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다. E 변호사는 H씨로부터 계속 연락이 없자 그가 바그다드로 돌아온 15일 다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H씨는 이때 팔루자의 유력자 A씨를 만나보라고 추천했다. E 변호사는 17일 A씨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팔루자 방문 과정에서 중재자가 E변호사에게 "용기에 감동받았다"면서 먼저 접근했고 이후 그의 도움을 받게됐다. 그러나 김 사장과 E 변호사는 감사원 조사에서 이 `중재자'의신원에 대해 함구했다. 중재자는 바로 다음날인 18일 E변호사에게 "잘 될 것이다"라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튿날인 19일에는 "일이 틀어지는 것 같다. 파병과 관련이 있는것같다"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21일 알-자지라 방송은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씨 살해를 위협하는 비디오를 방영했다. ▲의문점 = 감사원은 김 사장이 "E 변호사를 통해 다각도로 구출협상을 했다"는주장 자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우선 E 변호사는 인질협상 경험이 없고,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중동의특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역할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자신은 "생명을 무릅쓰고활동했다"고 주장하나 보수에 대한 약정도 없었다. 성직자협회 H씨와 팔루자의 유력자 A씨가 구명협상에서 도움요청을 거절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무장단체측 `중재자'라는 인물도 "E변호사의 용기에 감동받았다"며 미군 첩자로오인될 수도 있을 위험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접근해왔다는 점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더구나 그가 김씨 피살 10시간 뒤에도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파병과 연관이있는 것 같다"고 전화한 점은 그가 납치단체와 직접 접촉은 했는지, 실존하는 인물인지 등에 대한 의문을 근원적으로 제기하는 대목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김 사장은 무장단체로부터 어떤 요구조건도 전해받지 못했다고 하나, 협상을 못했기 때문에 요구조건도 몰랐던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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