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위기 고조로 유가는 2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여 두바이 기준 배럴당 3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유가 수준은 작년 대비 60% 상승한 것으로서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73년의 제1차 석유위기, 79년의 제2차 석유위기, 그리고 91년의 걸프전쟁시 국제원유가는 각각 3.9배, 3.3배 2.2배 급등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미ㆍ이라크 전쟁발발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도달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도입량은 7억9,000만 배럴로서 국제에너지(IEA)에 따르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 40년간 세계 5위권내에 드는 간판산업으로 선박,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을 집중 육성한 결과 경제체질이 석유의존형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며 그만큼 유가급등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무역수지는 7.5억 달러 악화된다. 따라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75억달러의 추가지출이 초래돼 국제수지 흑자가 위태로워지며, 1.5%의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우리나라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재정수입 항목으로 담배가 1년 세수 3조6,000억원, 술이 2조5,000억원인데 비해 석유가 17조원으로 우리나라 국방비 17조원을 충당할 수 있는 세수 1위 품목이다.
이러한 석유산업의 위상에 비해 국내석유정책은 수급안보와 효율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미국은 에너지부처가 있어 급변하는 석유정세에 발빠르게 움직이며 부시대통령은 중동에 집중된 원유수입선의 다변화를 위하여 지난 11월 러시아 푸틴대통령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원유(세계6위 매장량)의 육로수송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역시 지난 12월 푸틴과 2,400㎞에 이르는 송유관 건설에 합의했으며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도 최근 러시아와 홋카이도를 경유한 원유공급대책을 협의하는 등 각국 정상이 직접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동자부가 합병된 이후 산업자원부 석유산업과에서 급변하는 석유위기에 대응하는 막중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산업구조상 아직도 에너지소비 가운데 석유가 51%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의 21세기 석유발전 전략 시스템이 확보되어 석유수급의 안보와 석유산업의 효율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국의 석유소비는 원료를 수입하여 자국에서 생산하는 소비지 정제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MF이후 석유완제품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수입 급증으로 국내정유회사의 기업경영이 악화되어 정유업계는 2000년 이후 2개년에 걸쳐 약1조원에 달하는 경상적자를 시현하였으며 그 결과 정유5개사중 이미 한 회사는 부도가 났고 3개사는 외국에 경영권 또는 지분을 매각하였다. 따라서 소비지정제주의 정착을 위해서 세제와 금융 등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절박한 상태에 있다. 이를 위하여 대한석유협회에서는 원유관세율(현행 5%) 인하를 당국에 건의했으며 또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시 14원/ℓ씩 동일하게 부과되는 수입부과금제도도 관세와 마찬가지로 원유와 제품간 적정차이가 유지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으며 세계3위의 원유수입국가로서 해외유전개발을 통한 개발수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석유의존도가 비슷한 일본은 자주개발원유 도입율이 15%이지만 우리는 2%에 불과하여 하루 속히 일본 수준에 도달해야 하며 나아가 프랑스의 77%까지 제고할 수 있는 21세기 한국 석유산업 발전전략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석유개발사업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리스크가 큰 사업이므로 원유 개발수입의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환경 보호차원에서 정부는 자동차 연료의 품질기준을 유럽(2005년 황함량 50ppm)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으로 있어 이 기준을 맞추려면 향후 3년간 약 7조5,000억원의 시설투자가 소요된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경영난에 따라 추가시설 투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없으므로 수입부과금 중에서 환경재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인센티브 정책이 요망된다.
우리나라는 석유에너지 해외의존도 97.3% 중동의존도 77%인 현실을 감안할 때 불안한 중동정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며 이는 이미 1,2차 오일쇼크시 체험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중국이 각각 독립된 에너지부를 두고 국가원수가 제1선에 나와 에너지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귀감으로 삼아 이라크사태를 계기로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하고 석유의 안정적 공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은태(대한석유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