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클린턴 美경기후퇴 책임공방전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상황을 놓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당선자와 빌 클린턴 대통령간에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당선자가 미국 경제는 현재 '후퇴(slowdown)'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클린턴 진영이 '신중하지 못한 정치적 언사'라고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부시 당선자로서는 경기침체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은 나빠지고 있는 경제를 물려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10년간의 최장기 호황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평가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 백악관 경제고문인 진 스펄링은 21일(현지시간) 아침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 "부시진영이 의도적으로 경기상황을 좋지않게 얘기하고 있다"며 이는 부시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1조3,000억달러규모의 감세방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략적 술수라고 비난했다. 경기상황을 실제보다 나쁘게 부풀림으로써 불안감을 조성, 경기진작을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시당선자의 최대 선거공약인 1조3,000억달러규모의 감세방안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가 적지않아 법안 상정시 의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도 "경제에 대해 말할 때는 파급효과를 잘 감안해서 신중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시진영이 함부로 말하고 있다고 은근히 꼬집었다.
이에 대해 딕 체니 부통령당선자는 "대통령당선자는 나나 경제상황을 더 나쁘게 말한 적이 없으며 경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경제지표를 볼 때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박했다.
사실 미국의 3ㆍ4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가 2.2%로 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나스닥증시가 연초대비 43%나 폭락하는 등 경제상황은 그다지 좋지않은 편이다.
부시는 이 점을 부각시켜 경제상황 악화를 물러나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2년 부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경제악화로 인해 클린턴에게 패배했던 점을 기억하고 있는 부시로서는 2대에 걸쳐 경제 때문에 쩔쩔매는 대통령이 되고싶지 않을 상황이다.
반면 10년간의 장기호황만 기억하고 싶은 클린턴에게는 부시의 이 같은 발언이 자신에게 짐을 떠넘기면서 선거공약인 감세방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