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레비 지음 '집단지성'디지털 정보사회가 도래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의사소통의 공간은 점점 확장되고 있고, 그 만큼 정보에 의한 예속의 가능성도 높아가고 있다. 인류의 미래는 자유의 시대일까 예속의 사회일까.
정보화시대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은 대체로 정보통신 기술이 가져다 줄 새로운 세계건설에 대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담론들이 있고, 다른 한편 가상세계의 확대에 따른 갖가지 폐해를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두 시각 모두 기술 발전이 미래를 가름 짓는다는 기술결정론적인 관점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는가? '집단지성'의 저자 피에르 레비는 인류의 의지에 따라 미래사회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레비는 "인터넷이라는 초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배제와 소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터넷을 '초현실주의적인 의사소통의 장'이라고 정의하면서, 인류는 이미 온라인 상으로 사상과 정보ㆍ서비스를 주고받고 있으며 머지않아 누구나 자신의 사이트를 갖고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공동체가 바로 '집단 지성'이다.
이처럼 집단지성이란 하나의 프로젝트이며, 인류의 의지가 담긴 사회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초월적이고 물신화된 공동체 속에 개인을 가두는 전체주의적 기획과는 다르다. 레비는 "집단지성은 획일적 전체성보다 특이성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보편성들이 가치를 인정받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레비는 "우리가 다시 유목민이 되었다"고 선언하면서 "유목사회의 '상호존중' 덕목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목사회와 닮은 정보화시대, 인류의 미래는 '지식의 공유'와 '평화 공존'의 실천 여부에 달렸다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