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등록 문제점] 부실결산.부실감사 우려

12월 결산법인 A기업은 지난해까지 장부정리와 회계감사를 끝내고 3월중순이 되어서야 주총을 열어 결산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무조건 속전속결이다.99회계연도 장부가 채 마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감사에 들어갔다. 규정상 코스닥에 등록하려는 기업은 직전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감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회계감사를 마치기까지 걸린 시일은 불과 15일.지난해 75일정도 걸리던 기간을 무려 60일이나 단축한 것이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절차를 진행해야한다. 감사가 끝나자 마자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정비하고 지난해 결산을 확정하기로 했다. 또 그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후에는 금융감독위원회에 기업등록을 해야한다. 증권사와 협의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따져 예비심사청구서를 작성할 일도 남았다. 내달 코스닥등록 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가는 150여개 기업의 1월은 이렇게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절차 곳곳에 부실과 눈가림의 함정이 숨어있는 것이다. 150여개 업체가 옥석이 구분되지 않은 채 코스닥에 들어오게되면 시장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코스닥에 등록하려는 기업들이 이처럼 서두르고 있는것은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높아지기 전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4월부터는 코스닥등록요건이 강화돼 주식분산비율등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이 오히려 등록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부실결산과 부실감사 우려=주간증권사는 내달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들은 대형제조업체가 아니라 주로 매출이 적은 소형법인이므로 결산절차가 아주 단순하다고 말한다. 즉 부실결산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계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이런 기업들이 부실회계의 유혹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코스닥등록이라는 지상목표에 빠져있어 회계장부 조작쯤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더구나 기술이나 인력, 특허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에서 과대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내부통제시스템이 미흡하고 그동안 외부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꼼꼼한 결산과 감사가 더욱 필요하다며 15일만에 결산과 회계감사를 끝냈다는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회계시장의 수급상황을 고려해봐도 제대로 된 감사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회계법인의 수가 40개를 밑도는 상황에서 150개의 기업을 보름이내 집중적으로 감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주간증권사가 등록주선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부증권사는 한꺼번에 20개업체의 등록을 주선한다. 기업금융부의 인원이 많아야 20명이므로 1인당 1개사꼴로 배정된 셈. 기업의 자산가치나 수익가치등이 제대로 산정될리 없다. 한마디로 다이너마이트를 안고 불속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증권업협회의 심사기능이 제대로 발휘할 지도 의문이다. 증권업협회의 심사는 감사보고서에 나와있지 않는 사항까지 실질심사토록 돼 있으나 현재의 인력으로 등록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심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코스닥시장대책에서 등록심사인원을 현재의 6명에서 20명으로 충원키로 했으나 아직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전문가는 『현재의 상황은 등록의 첫단추가 잘못 꿰어져 걸러져야 할 리스크가 그대로 투자자에 전가되는 꼴』이라며 『이같은 등록과정의 거품이 두고두고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량압박=150여개사가 일시에 공모에 나서는 4월에는 자금시장의 흐름이 일순간에 뒤바뀔수 있다. 시장자금이 부동화되면서 「공모한탕주의」가 판을 칠 가능성도 크다. 많은 자금이 공모주 청약에 대거 몰릴 경우 증시매수세가 분산돼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 기업들이 4월하순부터 한꺼번에 시장에 등록될 경우 그 물량을 누가 소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불과 12개사만이 등록기각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대부분 업체들이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규등록종목들이 지난해처럼 연일 상한가를 치며 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150여개업체 물량을 떠받쳐줄 매수세력이 부상하지 않는다면 코스닥시장은 무기력증에 빠질 수도 있다는게 증시관계자의 말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가증권 발행사와 주간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투자자에 보호에 나서야 함은 물론 증권업협회등 관련기관이 앞장서 코스닥등록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규기자JKLEE@SED.CO.KR

관련기사



이장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