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한 잠잠하다가 요즘 또다시 중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고 외치는 서방 투자은행이나 전문가를 보노라면 '양치기 소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중국이 지난 1ㆍ4분기에 11%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자 상반기 내내 금리인상설을 주장하다가 하반기 들어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다 8월 물가가 뛰자 기준금리 인상 얘기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중국이 인플레이션과 경기과열을 잡으려고 경기 연착륙을 위한 출구전략에 나서고 이에 따른 수순이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논리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의 상승과 신용축소로 이어져 소비, 기업투자 위축 등의 경제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상황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또 은행산업이 철저히 민간에 맡겨져 정책금리 조정 말고는 통화팽창을 조절할 확실한 수단이 없는 구도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이 출구전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국영은행에 대한 창구지도로 월간ㆍ연간 대출총량을 규제하고 은행대출 전면 중단 등 강력한 신용ㆍ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미시정책, 즉 창구대출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기준금리 조정이라는 거시정책을 써야만 출구전략이 가능한 게 아니다. 금리조정이 출구전략의 흐름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를 출구전략 시행의 잣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중국 당국이 지난해보다 은행대출 총량을 2조위안가량 줄이고 부동산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과열 상태를 보이던 경기가 연착륙으로 접어드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40%에 육박하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20%대로 절반 가까지 낮아졌고 20%가 넘던 산업생산이 1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이른바 정부 주도의 '관치 금융'을 통해 경기과열을 조절하고 조용한 출구전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의 관치금융은 은행 대출 등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서방 세계와 달리 중국은 행정부인 국무원이 기준금리와 은행지급준비율 등 주요 거시정책 결정 권한이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들이 금리 문제를 언급하더라도 참고 사항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성장률 제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행정부가 금리결정 권한까지 갖게 되면 견제 없는 통화팽창으로 심각한 성장 후유증을 겪게 된다는 게 경제학의 정설이다. 과거 서방 선진국은 물론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해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고 말한다. 고속성장을 멈추면 곧바로 경제가 추락한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중국식의 관치금융과 경제정책이 언제까지 성공해나갈지 자못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