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드컵] "아쉽지만 아직 희망 있다"

서울 38곳등 전국 200만여명 길거리 응원 열기 후끈<br>대형 스크린 설치 호프집·식당등 일찌감치 예약 동나<br>현대重등 단체응원장 마련 노사화합 계기로 삼기도

17일 저녁 한국일보사 주최로 서울 여의도 너른들판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야외응원전에서 수만명의 응원객들이 대형스크린을 보며 막대풍선을 흔들고 있다. /한국일보 오대근기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자.”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린 17일 한국 대표팀이 예상 밖의 큰 점수차로 패하자 거리응원전을 펼친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허탈해 하면서도 ‘원정 첫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6◇“설욕 못해 아쉬워…”=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남미 축구와의 실력차를 인정하면서도 전반 인저리타임 때 터진 만회골과 경기 후반 태극전사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칭찬하며 나이지리아전의 필승을 다짐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온 미국 유학생 전윤호(33)씨는 “객관적으로 아르헨티나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리스전의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나이지리아를 이겨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광장 응원전에 참여한 직장인 고모씨는 “24년 전 월드컵에서 패배한 빚을 설욕하기를 원했는데 아쉽다”며 “세계 축구의 벽이 높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태극전사들의 플레이가 그리스전과는 다르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과 서울시내 호프집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모(35)씨는 “실력차는 어쩔 수 없지만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우리 대표팀 특유의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은 응원 물결로 출렁=비록 패배했지만 이날 한반도 전역은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응원의 물결로 들끓었다. 서울광장, 태평로, 대학교 노천극장과 광장 등 서울에서만 38곳에서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서울 곳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붉은 티셔츠를 입은 붉은 악마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을 5시간가량 남겨놓은 오후3시30분부터는 1,000여명의 시민이 명당을 선점하기 위해 서울광장 무대 앞에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오후7시에는 서울광장에만 4만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오후9시에는 9만여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월드컵에서 응원의 성지로 부상한 COEX 주변에도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고 강남과 신촌 등 시내 곳곳의 대형 호프집과 식당ㆍ극장 등 대형스크린이나 TV가 설치된 곳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뒤늦게 찾은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요 상권이 몰린 지역의 호프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월드컵TV시청 가능” “120인치 대형화면 상영” “축구상영 프로젝션 스크린 완비” 등의 광고 문구를 내걸고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시민들은 아르헨티나의 선제골과 두번째골에 잠시 낙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전 추가시간 한국의 극적인 만회골이 터져나오자 서울 전역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비롯해 해운대해수욕장ㆍ사직야구장ㆍ구덕운동장 등에 시민이 몰려 응원전을 펼쳤다. 대구ㆍ광주ㆍ대전 등 전국 주요 대도시는 물론 ‘섬 속의 섬’ 제주시 우도면에서도 오후7시부터 주민과 관광객 500여명이 우도체육관에서 3D TV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기업들은 노사 화합의 계기로=국내 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오후7시30분부터 사내 체육관에 오병욱 사장, 오종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가족ㆍ지역주민 등 6,000여명이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전을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그리스전 때도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과 울산현대축구단 클럽하우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단체응원을 펼쳤다. 대신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하나대투증권 등 서울 여의도에 있는 상당수 증권사의 경영진과직원들은 본사 차원에서 단체응원을 벌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신증권은 아예 전직원이 붉은색 응원티셔츠를 착용하고 출근했으며 하나대투증권 응원전에는 김지완 사장이 직접 참석해 직원들에 각종 경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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